‘지각대장’ 푸틴, 文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34분 ‘지각’…“양호한 수준”

[블라디보스토크=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정상회담에 자주 지각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상대 정상을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지각대장’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정상회담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회담 예정 시간인 이날 오후 1시에 맞춰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 마련된 회담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회담 예정시간이 지나도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별도의 대기 장소에서 대기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 배석자들만 회담장에 남아 푸틴 대통령을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예정시간 보다 34분 늦은 1시 34분경 회담장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이 늦은 이유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를 5시간 정도 기다리게 했다.

아베 총리는 푸틴 도착 예정시각(오후4시)보다 3시간이나 이른 오후 1시 회담장에 도착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오후 6시가 넘어서 회담장에 들어섰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동 때는 예정시간 보다 4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도 30분 넘게 푸틴을 기다려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도 두 차례나 지각했다.

201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40분가량 지각했고,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회담도 1시간 45분 늦었다.

푸틴 대통령의 지각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회담의 주도권을 잡거나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늦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