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여야 모두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빠지면서 정기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강도높은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요구되는 상황에도 '대화 원칙론'을 고수하며 비난에 직면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국회 일정 '불참(보이콧)'을 선언했지만 김 사장의 자진출석으로 명분을 잃게 됐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평화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서 있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전쟁을 반대하며 대화의 노력을 중단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히며 대화 원칙론을 꺼내들었다.
북한에 대한 규탄·제재와 함께 한반도 평화 파트너로써 대화도 동반해야 한다는 원칙을 설명한 것이지만 야당의원들의 반발을 자초한 원인이 됐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지금은 대화를 이야기 할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으며,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문 대통령까지도 극한의 대북 응징을 주장하는데 추 대표는 핵실험 바로 다음날 또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바른정단 의원들이 연설 도중 집단 퇴진하는 사태까지 초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5일 삼청동 총리공간에서 긴급 안보대책 당정협의를 갖고 이 같은 안보인식 논란을 풀어나갈 예정이다. 정부로 부터 최근 북한군 동향과 우리 군의 대응조치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정부에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방안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이틀째를 맞았지만 '장외투쟁'도 흔들거리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취소했다. 대신 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대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고용노동부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당 지도부는 투쟁 대오를 강화하기 위해 당분간 대여 투쟁 관련 일정의 시작과 종료 때 의원총회를 열고 출석체크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날 김장겸 사장이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하면서 보이콧 명분이 사라지게 됐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도 국회 일정에는 참여하더니 김장겸 체포영장에 보이콧이라니 국민은 의아해 한다"며 "김 사장이 자진출석하기로 한 만큼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도 "한국당은 이제 정기국회 보이콧 결정을 철회하고 즉각 국회에 복귀해야 마땅하다"며 "국회 보이콧 이유로 갖다 붙인 억지 핑계거리조차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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