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곗줄 출시 앞둔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삼성전자 사내벤처서 독립
제조사 교체로 완성도 높여
내달 고객들에 첫 제품 발송
[베를린(독일)=원다라 기자] "지난 1년간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줄 제조 파트너를 찾기 위해 2년간 300여곳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국제 가전 전시회(IFA2017)에서 만난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는 지난 1년간 벤처기업인으로서 겪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털어놓았다.
이놈들연구소는 2014년 5월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는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2년부터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랩 과제중 사업화 가능성인 높은 과제를 선정해 임직원들이 스타트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놈들연구소는 C랩 출신 기업으로는 올해 유일하게 IFA2017에 참여했다. 올해 세계 각국 대표 벤처가 모인 'IFA 넥스트(NEXT)' 전시관에 부스를 마련하고 스마트 시곗줄 '시그널'을 전시했다. 시그널은 착용 시 이어폰 없이도 손가락을 귀에 대면 통화ㆍ음악 감상 등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제품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삼성전자가 C랩 출신 벤처를 위해 마련한 공간에 전시부스를 마련했지만 올해는 IFA 주최 측의 초청을 받아 전시부스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총 24억원을 펀딩받았고 최근 1년 사이 8억원의 펀딩이 꾸준히 들어왔다"며 "독립회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품을 신청하고 1년간 기다린 첫 번째 고객들에게 양산제품을 발송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최 대표는 정작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이를 상용화 제품으로 구현해줄 제조 파트너를 찾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제조사에서 양산할 수 있다고 해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양산에 들어가보니 제조 기술력이 부족해 양산이 무산됐던 것만 2차례나 됐다. 지난2월 발송될 예정이었던 첫 양산 제품이 8개월가량 늦은 10월에야 나오게 된 이유다. 시간이 지연된 만큼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발송하기 위해 제품 설계도 일부 변경했다.
최 대표는 "기존 제품은 시곗줄을 늘이고 줄이는데 따른 오작동 가능성이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방식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IFA에 참석해 서구권 고객사 관계자들을 만났던 것이 도움이 됐다. 시그널을 글로벌 출시할 경우 서구 소비자들의 체형(손목 둘레)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시그널이 이놈들연구소가 선보이는 첫 번째 콘셉트의 제품"이라며 "향후 보안, 스마트홈 분야로까지 진화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을 전달하는 원리를 이용해 리모컨이 사용자를 인식해 선호 채널을 추천하거나, 문 손잡이를 잡으면 문이 집주인의 진동을 감지해 자동으로 열리게 할 수도 있다.
한편 최 대표는 "한국에서 벤처회사가 성숙하기 위해선 벤처사들을 위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벤처 시장 성숙 정도를 단계로 구분한다면 1단계는 아이디어ㆍ소프트웨어 기반 벤처회사가 많은 시장, 2단계는 제조 기반 벤처회사가 많은 시장"이라며 "한국에선 소규모 벤처회사들이 제조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대부분 아이디어ㆍ소프트웨어 기반 벤처사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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