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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채취·과제물에 주먹질까지'…공관병 갑질 뿌리뽑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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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채취·과제물에 주먹질까지'…공관병 갑질 뿌리뽑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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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공관병 갑질' 사건을 계기로 모든 공관·관사를 점검한 결과, 텃밭 나물채취와 대학원 과제물 지시는 물론 운전병에 대한 주먹질까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관병 제도를 폐지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민신문고'를 통해 갑질 신고를 받으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31일 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관병 등에 대한 갑질 행태 점검결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심의, 의결했다.

이 총리는 "최근에 드러난 공관병 갑질 사건은 폐쇄적 공간에서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사병들의 자존감을 짓밟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고통스럽더라도 도려낼 것은 과감히 도려낸다는 각오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물 뜯고 과제물에 주먹질까지= 정부는 8월 들어 45개 중앙행정기관 전체의 공관, 관사 근무자들과 의무복무 군인, 의무경찰 중 갑질에 노출되기 쉬운 지휘관 차량 운전요원까지 2972명에 대한 갑질 피해를 점검했다. 외교부 재외공관 등 폐쇄성이 높은 해외근무지의 공관 요리사, 일반 행정직원 등 3310명을 대상으로 한 점검도 진행했다.

점검 결과 국방부, 외교부 재외공관,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경찰청 등 4개 기관에서 57건의 갑질사례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공관병 사적지시 금지, 경찰관사 의경 전원철수, 호출벨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즉시 시행하고, 갑질 사례에 대해서는 신속히 사실관계를 조사해 시정조치 및 필요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접수된 갑질 사례로는 국방부에서 ▲관사 가구제작, 관사 내 축구 골대 제작, 골프연습장 보수작업 지시 ▲부대장 텃밭 나물채취 및 경계견 관리 지시, 공관병 초과운용 ▲운전병의 운전미숙을 이유로 꼬집거나 주먹으로 구타 ▲대학원 과제물 지시, 호출벨 사용, 휴가 등 기본권 미보장 등이 있었다.


외교부에서는 ▲주말 간 사적용무 처리지시, 출장단 관광 가이드 역할 수행 지시 ▲관저요리사 통금시간(21시) 지정 및 휴무일 외박 제한 ▲저녁시간에 관저비품 수리 지시, 휴가시기 지정 ▲행정직원에 대한 인격 모독 언행 및 폄하 발언 등이 접수됐다.


문체부의 경우 ▲사적용무에 관용차 운행 지시 또는 통역직원 수행 ▲개인휴가 예약, 차량점검 지시,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 ▲개인 식사 주문 및 정산처리 지시, 과도한 질책과 인신공격 등이 드러났다. 경찰청에서는 ▲부속실 의무경찰을 임의로 일부 지휘관 관사에 배치 ▲사적 용무를 위한 관용차량 운행 및 간식 구입 등 사적 심부름 지시 ▲지휘관 친목 모임 때 음식점에서 음식배달 지시 등이 적발됐다.


◆갑질 신고하면 즉시 조사= 정부는 갑질 재발방지를 위해 5대 대책을 마련해 연내에 모든 과제를 완료하기로 했다. 먼저, 공관병 등 사적공간의 불합리한 인력운영 제도를 폐지한다. 논란이 된 국방부의 공관병 제도부터 없앤다. 다음달 중 공관 위치, 경호문제 등을 고려해 추진방안을 마련한 뒤, 오는 10월까지 공관병(122명)을 전투부대 등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테니스장과 골프장의 배치된 인력(59명)도 즉각 철수하기로 했다.


경찰 간부 관사에 배치된 부속실 의경(12명)은 전원 철수했으며, 경찰서장급 이상 배치됐던 지휘관 전속 운전의경(346명)도 다음달 철수, 폐지한다. 다만 기동차량, 버스 등의 운전의경은 유지하기로 했다.


재외공관 등 인력배치가 불가피한 곳은 근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한다. 재외공관 요리사 근로범위에서 공관장의 일상 식사 제공, 전화응대 등 특정 지시사항 수행하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공관의 외교활동 지원업무를 추가하는 등 공적인 역할을 확대한다. 사적인 지시와 폭언 등을 엄격히 금지하는 지침을 재외기관에 즉시 보내고 부처 감사관실내에 갑질 전담 감찰담당관을 지정해 갑질 행태에 대한 상시접수 및 실태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직자에 대한 교육도 강화한다. 국방부, 경찰청 등 의무복무병이 있는 기관의 간부들과 재외공관장 등 해외기관장 등을 대상으로 갑질 근절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고위공무원 교육과정에도 갑질 근절 프로그램을 신설·운영하는 한편 각 부처는 유형별 적발사례 및 갑질 대처방안을 재외기관에 전파하기로 했다. 특히, 국방부는 새롭게 진급하는 장군과 그 배우자에 대한 장병 인권교육도 실시함으로써 가족에 의한 갑질문제를 예방한다.


공공부문 갑질에 대한 명시적 금지규정도 마련한다. 모든 공무원이 적용받는 '공무원 행동강령(대통령령)'에 공무원이 사적으로 노무를 제공받지 못하도록 금지 규정을 마련하고, 9월 중 개정에 착수해 연내 완료하기로 했다. 각 기관의 운영규정에도 갑질을 금지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금지 조항을 명시·신설하기로 하고, 오는 11월까지 개정작업을 완료한다.


모든 부처 감사관실에 갑질신고 및 상담 창구를 개설하는 한편 '국민신문고'에도 공공부문 갑질을 고발할 수 있는 창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사안은 각 기관 감사관실의 갑질 전담 감찰담당관에 통보해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사적인 지시 등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사항의 경우에는 권익위원회의 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 등 부처합동으로 공직사회 갑질 행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폐지된 공관병 등을 편법적으로 부활시키거나 변칙적으로 운영되는지 여부도 중점적으로 살핀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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