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DNA분석 11만원 저렴
백인증명하려던 우월주의자들
"순수백인 아닙니다" 결과에 충격
백인우월주의자 커뮤니티
"거울로 봐서 백인이면 괜찮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주장
DNA 분석기술의 보편화로 인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 DNA분석결과, 백인이 인종적으로 우수하며, 본인 스스로를 '순수백인'으로 여겨온 사람들 대다수가 순수백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31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매주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을 통해 이러한 사실들을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100달러(약 11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DNA 분석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주요 서비스 중 하나는 유전적으로 자신의 인종과 혈통을 분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저가 DNA 분석 서비스 업체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처인 앤 워지스키가 창업한 '23andMe'다. 23andMe는 일부 유전 질환 테스트와 '선조의 구성(Ancestry Composition)' 보고서 발간을 위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선조의 구성'은 유전자 분석상 자신의 조상이 전세계 어느 민족,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구성도로 보여주는 것으로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관심이 아주 높다.
23andME 등의 서비스를 통해 백인이라는 검증을 할 수 있게 되자, 일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DNA 분석을 이용해 자신이 '순수백인'인 것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그들에겐 이 역시 커다란 실수였다.
DNA분석을 해보니, 백인 이외의 인종적 혈통이 섞여 있는 사례가 더 많았다. 이 같은 결과표를 받아든 활동가 대부분은 '백인이 아니다'라는 과학적 사실 앞에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UCLA 대학의 아론 파노프스키·존 도노반 교수 연구팀에 의해서도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를 받은 백인의 3분의2가 인종적으로 순수 백인이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에 따르면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순수백인인 것을 확인하고 싶어 가계 분석 검사를 받고 있으나, 순수백인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우는 1/3 에 불과하며, 나머지 2/3 는 다른 인종이 섞여 있다는 결과표를 받았다.
과학적 사실을 앞에 두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순수백인이 아니라고 판정된 백인우월주의 활동가들, 그리고 순수백인으로 판정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놓고 현재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순수백인이 아니라는 결과에 대해 백인우월주의자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거울로 봤을 때 백인처럼 보이면 문제가 없다"거나 "테스트 결과가 아니라 본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내적 혼돈과 괴로움이 느껴지는 코멘트들이 많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미국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난폭한 언어와 행동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이달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동과 이에 맞선 인권단체들의 맞불 시위가 무력 충돌로 이어졌으며, 사태가 격화되자 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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