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저장밀도 10의 10승
DNA는 10의 18승으로 1억배 높아
방대한 정보 담을 수 있고 오래 지속
빙하기에 멸종한 매머드를 부활시키는 프로젝트가 가능한 이유는 'DNA' 덕분이다. DNA에는 수십만 년 전의 방대한 정보가 저장돼 있고 정확하게 유지된다. DNA를 광학디스크(CD), 하드디스크(HDD)와 같은 저장매체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눈길을 끈다.
5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최근 발간한 '주간기술동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DNA를 단위로 하는 기억 소자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그것을 읽어내는 데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MS는 DNA에 비디오 영상 등을 저장하고 오류없이 읽어내 비디오를 재생할 수 있었다. 데이터 용량은 200MB로, 영상 외에도 데이터베이스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2016년에 진행된 이 실험은, 연구내용을 자세히 담은 논문 'DNA 데이터 스토리지 확장과 무작위 접근 검색(Scaling up DNA data storage and random access retrieval)'으로 최근 발표됐다.
MS는 DNA를 기억 소자로 사용하는 이번 연구결과를 프로토타입으로 삼아, 자체적으로 차세대 스토리지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기억 소자로서 DNA가 주목 받는 이유는 '기억 밀도'에 있다.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를 중형 사전 한 권 정도의 크기에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저장매체들은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플로피디스크나 카세트테이프 판독 장치의 경우는 제조가 중단되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DNA의 판독 장치(DNA 시퀀서)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이용할 수 있다.
CD나 HDD, 플래시메모리(SSD) 등도 장기 보존 저장 매체로 사용되고 있으나, HDD의 기억 밀도는 1 평방 밀리미터당 10GB(10의 10승 바이트) 정도다.
이에 비해 MS가 개발한 DNA는 저장 밀도가 1 평방 밀리미터당 10의 18승 바이트로 1억배나 높다.
DNA를 기억 소자로 사용하면 장기 저장도 가능하게 된다. DNA는 실리콘과 달리 부드럽고 파괴되기 쉽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DNA를 저온저습으로 저장하면 노화가 매우 적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MS는 DNA 저장장치를 개발하고 몇 년 후에는 데이터센터에 설치해 운용할 계획이다.
다만 DNA를 저장매체로 활용한다는 계획에는 난제도 많다.
어떻게 고속으로 DNA를 생성하느냐가 관건인데, DNA라는 생물체를 생성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현재 DNA 생성속도는 초당 400바이트로 200MB를 생성하려면 약 80만달러(약 9억원)가 든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DNA 생성 속도를 올리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적 돌파구가 필요하다.
IITP는 "결국 유전자에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DNA를 편집하여 기억 소자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편집한 DNA를 미생물에 통합해 새로운 자료를 생성하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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