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보건국, E형 간염 원인 '소시지' 지목
유럽발 먹거리 공포에…임산부, 발만 동동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요?" 30대 임산부 이여진(가명) 씨는 최근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음식 속에 담긴 유해 성분이 태아의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까 싶다"며 "살충제 계란에 이어 E형 간염 소시지까지…. 도대체 뭘 믿고 먹어야 하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간염 소시지' 파동이 확산되면서 임산부들이 떨고 있다. 임산부들은 음식물 섭취로 살충제 성분, 간염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전달될까 우려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국보건국(PHE)은 올해 영국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수입산 돼지고기를 이용해 만든 육가공 제품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당국은 수입산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와 슬라이스 햄이 E형 감염 확산 주범으로 지목했다.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네덜란드산 달걀에 이어 소시지까지 문제가 되자, 국내에서도 먹거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임신 중인 산모들 사이에서 먹거리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임신 15주차인 산모 장주희 씨는 "어렵게 가진 아이기도 하고, 노산이라 아이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며 "굶을 수도 없고 뭘 먹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육아ㆍ주부 커뮤니티에는 계란 없는 쿠키, 부침개 등의 레시피와 인증글이 속속 게시됐다. 계란 없이 만드는 김치전, 부추전, 야채전 등부터 초코칩 쿠키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되고 있지만, 소비자 불안감은 여전하다. 계란 대체품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
60대 주부 이아영씨는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유기농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데, 시중에서 유통 중인 식품 중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30대 주부 이선희 씨는 "오늘 아침 식탁을 차리면서 '이것도 문제가 되겠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며 "전원 생활하면서 채소도 기르고 닭도 키우고 해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20대 대학생 이지혜 씨는 "살충제 계란에, 독성 생리대, 간염 소시지까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안전 기준을 다시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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