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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이 남기는 것⑤] '삼성 신화' 주역들의 탄식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2초

"전자업계 세계전쟁 중…칼은 못 줘도 발목은 잡지 말아야"

[이재용 재판이 남기는 것⑤] '삼성 신화' 주역들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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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원다라 기자]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불똥이 튄 것은 기업인들이다.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며 돈을 요구한 최고위 권력층에 의한 불이익이 두려워 돈을 건넨 기업인들은 피해자 대신 공모자로 수갑을 차고 언론 앞에 서야 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삼성 신화의 주역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10여년 전 '삼성 특검'을 통해 과거사를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과거사가 아닌 현재, 미래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기업의 현실이 답답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기업에 강압적으로 지배구조개혁을 요구하기 전, 정치권의 개혁과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그들의 얘기는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부분이다.

◆윤종용 "최순실 사태와 2008년 삼성 특검은 전혀 다른 사안"=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기업 총수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수갑을 차고 언론 앞에 선 것은 기업인으로서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1997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은 뒤 12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윤 전 부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건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자 "나도 이건희 회장과 같은 세대"라며 자진 사퇴했다.


윤 전 부회장은 "오랫동안 삼성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말하기 곤란하지만 변호인단이 잘 변호해주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특검이 이번 재판 과정에서 에버랜드 CB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했다. 특검이 뇌물공여를 입증하기 위해 억지로 경영권 승계 문제를 대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 부회장은 "사안 자체가 전혀 다르고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이미 과거에 처벌받았고 그로 인해 경영진의 세대교체까지 끝난 만큼 두 사건을 연결 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기태 "전자산업은 美ㆍ中ㆍ日 세계대전, 싸워보라고 칼자루 쥐여줘도 부족한데…"=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직 시절 '미스터 애니콜'이라 불리며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글로벌시장으로 확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 전 부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모든 전자기기에 반도체가 들어가고 통신이 연결되며 세상은 융합시대로 바뀌었다"면서 "기술 동향과 시장을 한눈에 보고 미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만큼 필요해진 시대로, 반도체 전문, 가전 전문, 스마트폰 전문 경영인만으로는 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은 남의 얘기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주의 깊게 듣고 넓게 보는 역할은 오너가 해왔던 만큼 삼성의 오너 경영이 다른 곳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번 재판에 관해 질문하자 이 전 부회장은 "요새 답답해서 뉴스를 안 본다"면서 "경제 상황 자체가 답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중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가 앞다퉈 국가 차원에서 한국 전자업계를 넘어뜨리려 하는 세계 대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럴 때 최전선에서 전투를 하겠다는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에게 나가서 싸우라고 칼자루를 쥐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기업인들이 죄인 취급받고 있는 현 상황, 기업 오너가 기업 지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처럼 그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 전 부회장은 "다른 사업은 잘 모르지만 전자산업은 10년 대계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며 "재판, 정치에 대해선 모르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뭐가 가장 중요한지는 모두가 한번쯤 더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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