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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이 남기는 것③] 애플·페이스북 한국 기업이었다면 '초(超) 적폐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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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을 약속하고 재벌개혁에도 앞장서겠다."(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중)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대기업개혁을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손꼽았다. '정경유착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취임 일성에 재계는 공감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들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주요 그룹을 개혁 대상으로만 삼은 것은 본말이 전도된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의 정경유착 사례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로 힘이 센 정권이 주도했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우리 안의 편견'은 특히 해외 기업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이재용 재판이 남기는 것③] 애플·페이스북 한국 기업이었다면 '초(超) 적폐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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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보호 나선 미국 정부=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방침을 이미 밝혔다"고 언급하면서 공약 중 하나였던 법인세 인상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우리 법인세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2%로 문재인 정부는 3%포인트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법인세가 상향되면 미국의 법인세율 35%보다는 낮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평균 세율(23%)보다는 오히려 높아진다.


법인세율은 기업들이 실적을 위해 매우 신경을 쓰는 대목이다. 상당수 미국 기업은 본사를 유럽에 두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평가받는 애플도 해외 수익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남겨놓는 방법으로 매년 10조원 이상의 세금을 미국에 내지 않아 미국 의회 상원에서 특별조사까지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해외서 낸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올 경우 40%의 세금을 물게 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미국 세법 자체가 후진적인 만큼 고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가 애플에 조세 포탈 혐의로 수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정부는 애플 보호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이 만약 한국 회사였다면 초적폐기업에 해당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비난하는 대신 세금 정책을 바꾸겠다는 입장"이라며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 중 대부분을 본사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데도 적폐기업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델, 한국에선 망했을 것= 미국 대표 PC 제조업체인 델은 일반 소비자용 PC를 비롯해 미국 정부, 관공서 등에 PC 완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2004년 델의 창업주 마이클 델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긴 뒤 자선사업을 위해 퇴진했다.


이후 2007년 회사의 경영위기 당시 경영 일선에 복귀해 경영난을 타개하고 현재까지 델을 경영하고 있다. 2013년에는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회사를 인수해 25년 만에 비상장기업으로 돌려놓았다.


이 같은 델의 극적인 드라마를 한국에 옮겨올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델의 주력사업인 PC 제조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해당한다. 초거대기업인데도 정부, 관공서 등에 PC 완제품을 공급하는 행위는 한국으로 치자면 특혜에 가깝다.


잠시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다가 실적이 악화하자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비상장기업으로 돌려놓은 행위도 우리나라에서는 비판이 쏟아질 일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이는 중소기업육성정책의 실패를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편견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美선 공익재단 국내선 적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딸이)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면서 "공익재단 기부를 통해 이 같은 믿음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저커버그는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라는 유한책임회사(LLC)에 자기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재단은 일반 비영리재단과 달리 수익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 기부 활동뿐만 아니라 입법 로비도 가능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선재단인 빌 게이츠의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매년 수백억 원을 해외로 보내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한다. 일론 머스크 등 기업인들은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낸다. 미국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들도 이들의 기부 행렬에 박수를 보낸다.


국내서는 정반대 상황이다. 국내 그룹사들은 공익재단을 만들 때마다 '경영승계'가 목적이라는 시민단체의 공격을 받는다.


삼성 역시 수년간 삼성문화재단과 삼성공익재단을 통해 상속세 없이 상속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형기 중 대통령이나 정부의 모금 요청에 응할 때마다 '회장 구명운동'이라는 시민단체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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