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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이 남기는 것④] 정부 할 일 떠넘기더니..정권 바뀌면 '주홍글씨'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6초

[이재용 재판이 남기는 것④] 정부 할 일 떠넘기더니..정권 바뀌면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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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번 동계올림픽을 보란 듯이 성공시켜 상처받은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게 되고 치유받고 위안받고 희망까지 갖게 되는 계기를 바라마지 않는다.(중략)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열심히 하고 있지만 후원이 조금 부족하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기업들이 올림픽을 위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더 많은 후원해 주기를 부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28일 G-200 기념행사에서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기업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격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마땅히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일부 기업들은 씁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의 기업 후원이 부족한 이유는 '최순실 사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정부 활동을 지원했던 기업들이 '정경유착'의 수혜자로 뭇매를 맞으면서 후원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거슬러가면 사실 모든 정권에서 기업들은 정부가 할 일을 떠안다시피해왔다.


◆정부 할일 떠넘기더니...돌아온 것은 '범죄인' 딱지= 과거 전두환 정부는 88올림픽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에게 올림픽 유치를 요청했다.

올림픽 개최가 성사되자 이번에는 기업들에 메달 확보를 위한 후원을 요청했고 주요 기업들은 비인기 종목의 체육 협회장을 직접 맡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10대 그룹은 비인기 종목을 육성중이다.


2017년 현재 대한체육회 소속 58개 연맹 중 27개(47%) 종목 협회장을 기업인이 맡고 있으며 지난해 10대 그룹이 비인기 종목 지원에 사용한 돈은 총 1325억원에 달한다.


지금은 은퇴한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전두환 정권은 국제그룹을 해체시키며 정부의 기금, 후원 요청에 나서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면서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후원에 왜 기업들이 나서야 되는지, 문제는 없는지를 살필새도 없이 수용해야 했고 이런 행태가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공신 이건희, 돌아온 건 시민단체의 비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최고공신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IOC 위원이었던 이 회장은 한달에 한번 꼴로 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공식일정을 소화하고 격월로 해외 IOC 관계자들을 만나며 평창올림픽 유치에 힘썼다. 경영 복귀 이후 회사 일까지 일부 미루며 올림픽 유치에 힘썼다.


IOC 위원들의 평창 현장 실사 당시에는 평가단을 초청해 오찬을 주재하며 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원활한 실사를 도왔다. 조양호 회장 역시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열린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해 IOC 관계자들에게 손수 음료를 대접하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같은 기업 총수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노력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시민단체의 날선 비난과 음모론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삼성전자 업무를 위해 마련된 전용기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지적이 있었고 조양호 회장에 대해서는 "IOC 위원 자리에 눈이 멀어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음모론마저 제기됐다.


◆재계 총수들 "기업인 범죄자 만드는 준조세 없앱시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을 유치하는데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힘이 컸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맞아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의 주재를 요청받은 뒤 이를 후원한 바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 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준조세는 조세저항이 없어 정부 입장에선 가장 편한 방법"이라며 "신용보증기금 등 68개나 되는 법정 부담금에 기부금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내야 하는 기업들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법인세를 올리더라도 준조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대기업 준조세, 입법으로 막아달라"고 주문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준조세를 없애고 법인세를 늘려(정경유착을 없애는) 효과가 난다면 찬성이지만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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