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지명이 파격적이었던 만큼 지명 이튿날 보인 행보도 파격적인 것이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인 22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춘천지방법원에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까지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수행원 없이 가방도 직접 들었다. 법원장에게 제공되는 관용차를 타지 않은 것은 대법원장 후보자 신분으로 대법원을 방문하는 것이 춘천지법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원칙주의자이자 청렴한 성품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는 첫 일성으로 "저는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당사자와 호흡하며 재판만 했다"며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23일에는 자신의 근무지인 춘천지방법원으로 출근했다. 청와대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김 후보자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나선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당시인 2011년 8월 청와대는 후보자 지명 닷새 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그로부터 16, 17일째 되는 날, 이틀 간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어 청문회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야당이 가장 문제 삼는 건 김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이념적 편향됐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우리법연구회'를 적폐 사조직이라고까지 발언했다. 전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명수 후보자의 대법원장 지명은 사법부의 정치화, 코드화, 이념화를 의미한다"며 "대법원장 후보를 포함해 헌재와 대법원을 정치재판소로 만들고 정치대법원화가 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싸잡아 정치색이 짙은 후보로 비난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김 후보자는 특정 연구단체 대표를 지냈고, 이 단체는 코드 단결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성향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사법부의 독립을 해칠 가능성은 없는지 큰 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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