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수 상위 종목 2~5위 차지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연기금이 올해 하반기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 '구원투수' 역할을 해오던 연기금의 이 같은 행보가 1년째 실패해 온 코스닥 700선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지난 14일까지 연기금의 코스닥 순매수 상위 종목을 분석한 결과 2~5위가 모두 바이오 업체였다. 연기금은 전자장비 업체인 비에이치(186억원)를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82억원), 오스템임플란트(77억원) 인바디(76억원), 메디포스트(69억원) 등 바이오주 위주로 쓸어담았다. 연기금의 자금력 덕에 이들 종목의 주가는 하반기에만 평균 20% 넘게 올랐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 메디포스트의 경우 41.5% 급등했다.
연기금이 최근 바이오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최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헬스케어와 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틀니와 임플란트, 치매 의료비,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초음파 등 의료기기 분야의 본인 부담 비율이 낮아져 수요 증가에 따른 의료기기 업체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미용과 성형관련 비급여로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보톡스 업체와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경우도 약가인하에 대한 우려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코스피 상장 이후 꾸준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닥 상장 등도 우호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바이오주에 대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기대감이 고조된 덕에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을 바이오주가 점령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코스닥 시총 1~10위 중 7개 종목이 바이오주다. 이들의 합산 시총은 81조원대로 코스닥 전체 시총의 약 38%를 차지한다. 1, 2위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각 차지했다.
최근 코스닥 바이오 업종 지수는 외국인 매도의 영향 탓에 7.8% 내리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연말로 갈수록 반등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최근 바이오ㆍ제약 등 헬스케어 관련주가 급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출시 지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과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 국내 주력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며 "또 국내 다수 제약ㆍ바이오 업체가 올해 말 해외 임상 파이프라인 차기진행이나 허가신청 등을 앞두고 있어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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