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월간 북한 억류됐다 풀려난 임 목사 캐나다 도착 하루만에 공개 행보
예배서 참담했던 북한 생활 공개…땅 파고, 석탄 캐고 혹사 당해 수차례 병원행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억류 생활에 외롭고 힘든 시간 보내…"캐나다 정부 등에 감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북한에 억류됐다 2년7개월만에 풀려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13일(현지시간) 석방 후 처음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 목사는 그 곳에서 겪었던 각종 고초와 혹독한 일상을 털어놓으며 북한의 비인권적인 실태를 공개했다.
임 목사는 이날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소거에 있는 큰빛교회 일요예배에 참석해 캐나다 도착 하루 만에 공개 행보를 시작했다.
임 목사는 예배를 통해 "북한에서 겨울에도 너비 1m, 깊이 1m의 구덩이를 파야 했다"면서 "땅은 꽁꽁 얼어 있었고 진흙땅이 너무 단단해 구덩이 하나를 파는 데 이틀이 걸렸다"고 전했다. 임 목사는 "(구덩이를 파며) 상체는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손가락과 발가락은 동상에 걸렸다"고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겨울에 석탄 저장 시설 안에 갇힌 채 꽁꽁 언 석탄을 쪼개는 작업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한 여름에도 야외에서 하루 8시간씩 일을 했다며 첫 1년동안 당한 혹사로 2달간 병원에 입원을 했고 이후에도 건강이 좋지 않아 3차례 더 병원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임 목사는 이어 "억류 첫날부터 석방될 때까지 2757끼를 고독하게 혼자 먹었고 언제 어떻게 역경이 끝날지 알기 어려웠다"면서 외로움과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했다고 고백했다.
임 목사는 억류 중 북한에 대한 책 100권을 읽었다면서 "70년 역사의 북한을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어와 한글로 된 성경을 다섯 번 읽고 700개의 성경 구절을 메모했다고 말했다. 그는 "낙담과 분개의 순간이 있었지만 이는 곧 용기와 환희, 감사로 변했다"면서 극적으로 풀려난 데 대해 "아직도 꿈만 같다. 이는 모두 신의 은총"이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특사로 북한에 파견됐던 대니얼 장 국가안보보좌관 등 캐나다 정부와 북한에서 영사면접을 통해 지원해 준 스웨덴 정부를 포함해 자신의 석방을 도운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 목사는 2015년 1월 북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북한 나선시를 방문했고 이튿날 평양에 들어갔다가 '국가전복'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임 목사는 당초 사형을 구형받았지만 북한 최고재판소는 같은해 12월 열린 재판에서 그에게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이후 임 목사는 31개월동안 북한에서 억류 생활을 해왔다.
임 목사에 대한 석방 조치는 북한과 미국이 연일 '말 전쟁'을 벌이며 국제사회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시점에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으로 외국인 억류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 상황인 점과 억류자 석방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2013년 10월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를 포함한 한국 국적자 6명과 미국 국적의 한국계 3명 등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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