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조 팔아치운 외국인, 대형주·IT주 집중 매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외국인이 8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올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순매수세를 이어가던 외국인의 변심. 잘 나가던 한국 증시에 찾아온 위기는 어느 정도 심각할까.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들어 9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46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 낙폭은 83포인트에 달했다. 7월 중순까지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던 외국인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주식을 내다 파는 데 집중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32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오전 코스피가 반등하는 와중에도 외국인은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이탈은 대형주와 IT업종에 집중됐다. 상반기 지수를 끌어올렸던 대형주와 IT업종을 중심으로 순매도에 나선 탓에 국내 증시가 받고 있는 충격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대형주에서만 1조5450억어치를 팔았다. 7월말부터 이어진 순매도 대금을 합하면 2조3000억원을 웃돈다.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에서는 각각 1566억원, 67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IT주들이 속한 전기ㆍ전자업종에서 8월 1조4200억원이상을 순매도했다. 7월 순매도 규모를 합하면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서만 이달 들어 9039억원, 2위 SK하이닉스에서 351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내다 판 삼성전자의 주식비중은 67%였고, 최근 3거래일에는 이 비중이 78%까지 치솟았다.
IT업종에 대한 외국인의 변심은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띈다. 외국인은 8월 들어 운수ㆍ장비업종에서 2734억원, 유통업종에서 986억원, 건설업종에서 539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전기전자업종의 순매도 규모는 두 번째로 많이 내다 판 운수ㆍ장비업종의 5배나 많았다. 금융업종, 은행업종, 철강금속업종에서는 각각 3383억원, 1448억원, 98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순매도를 바라보는 국내 증권사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코스피 지지선에 대한 견해는 100포인트 이상 차이난다.
한국투자증권은 외국인의 매도물량이 IT업종에 집중돼 있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의 큰 변화가 포착되지 않는다며 코스피 지지선을 2300으로 제시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하락에 대해 "그동안 별다른 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대북 이슈가 가세하면서 원화가 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소폭 상승하기는 했으나 북한 위험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며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2190~2200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위험이 북핵 프로그램 완성단계에서 일과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확대돼 왔고, 위험의 초점이 과거 한국과 북한 갈등에서 북한과 미국 갈등으로 전개되면서 갈등의 수준이 이전과 다르다"며 "북한과 미국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어 새로운 변화가 위험을 더 높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외국인의 이탈은 아시아증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한국ㆍ대만ㆍ인도ㆍ태국ㆍ인도네이사ㆍ필리핀ㆍ베트남)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7월 1억4600만달러 (약 1672억원), 8월 첫째주에도 3억7500만달러(약 4296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연속 순매수를 나타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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