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0) 할머니의 인생을 담은 만화가 나왔다.
11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만화가 김금숙(46·여·사진) 작가가 '세계 위안부의 날'(8월 14일)에 맞춰 이 할머니의 일생을 흑백으로 묘사한 장편 만화 '풀'을 이달 14일 출간한다.
'풀'은 유난히 학교에 다니고 싶어 하던 여자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중국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지내야 했던 고통을 겪은 뒤 5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김 작가는 작품을 그리기 전 수차례 이 할머니와 직접 만나 취재하는 등 그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특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피해자로만 바라보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 그려냈다.
또 폭력을 과장해 미움을 극대화하기보다 이 할머니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담담하게 이미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흑과 백의 단순함은 이 할머니의 증언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풀'은 '세계 위안부의 날'에 맞춰 8월 14일 출간된다. '세계 위안부의 날'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생존자 중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을 계기로 세계 각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지정됐다.
'풀'은 국내 출간에 앞서 프랑스 델쿠르 출판사에 먼저 판권을 수출해 프랑스어판 출간도 앞두고 있다.
김 작가는 이번 '풀'의 본문 중 일부를 엮은 단편작품 '미자 언니'로 2016년 제14회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김 작가는 2014년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개최한 '지지 않는 꽃' 전시회를 통해 단편만화 '비밀'을 발표한 바 있다. 1
그는 "세계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인권 문제인 위안부 문제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풀'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프랑스에서 조각가와 만화가로 15년 넘게 활동하며 100권 이상의 한국 만화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했다. 대표작으로는 '꼬깽이', '아버지의 노래', '지슬' 등이 있다.
원폭 피해자를 다룬 그림책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를 출간하는 등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화와 그림책으로 그려내고 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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