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캐피탈, 사기와 계약위반, 신탁의무 위반 등 혐의로 고소
"이사회에서 제명하고 이사 임명권도 박탈해야" 주장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투자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물러난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전 CEO가 피소되며 이사회에서도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벤처투자사인 벤치마크캐피털은 10일(현지시간) 캘러닉 전 CEO가 사기와 계약위반, 신탁의무 위반 등을 저질렀다며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벤치마크는 소장에서 캘러닉 전 CEO를 이사회에서도 제명하고 그가 가진 이사 3명에 대한 임명권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크는 "캘러닉 전 CEO가 자신의 목적 달성과 권력을 키우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특히 캘러닉 전 CEO가 이사회 정원을 늘린 점을 언급하며 이 역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 3명을 추가로 내세워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캘러닉은 지난해 6월 기존 8명이던 이사진을을 11명으로 확대했고 이들에 대한 임명권도 본인이 행사했다. 벤치마크를 포함한 주요 투자자들은 이런 캘러닉의 독단적인 결정과 행동이 회사에 해를 끼쳤고 결국 우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보고 있다.
벤치마크는 "사내 성차별과 성희롱, 참담한 조직 관리와 여러 부적절한 행동을 사전에 알았다면 캘러닉에게 추가 이사 임명권을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치마크는 캘러닉 전 CEO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의 기술도용 혐의를 받는 기술자를 영입한 점도 지적했다. 벤치마크는 캘러닉 전 CEO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 정보를 이사회와 공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알파벳과 우버는 해당 기술 도용 건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벤치마크는 그러면서 "캘러닉은 우버의 주주와 직원들, 투자 파트너와 주요 고객들에게 해를 끼쳤다"며 그가 다시 CEO로 복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캘러닉 전 CEO는 최근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갔던 길을 갈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났다 복귀해 세계적 기업으로 재도약시킨 잡스처럼 자신도 우버 CEO 자리를 되찾을 것이란 선언을 한 셈이다.
벤치마크의 소송에 대해 우버는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캘러닉 전 CEO는 우버가 각종 논란과 비판에 휩싸이자 벤치마크를 포함한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고 결국 지난 6월말 사퇴를 결정해 2009년 우버 창립 8년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캘러닉 전 CEO는 이사회 멤버로 남아있으면서 우버의 주요 결정에 여전히 관여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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