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도 정년 내용 불명확
실제 근무자 70%가 민간업체 정년인 65세보다 고령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하루 16시간 근무라도 좋으니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간접고용(용역)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오 모씨(71)의 말이다. 오 씨는 "정부가 학교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화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크게 기뻤으나 정작 정년 연장에 대한 내용은 없어 실망했다"며 "간접고용된 경비원의 경우 대다수가 이미 정년인 55세를 훌쩍 넘긴 이들인데 현장을 생각하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에 대한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년에 관한 명확한 내용이 없어 현장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상시 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이에 맞춰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내걸었으며,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도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생활임금을 시급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는 전환대상에서 배제된다. 고령자가 근무하는 고령자 친화 직종의 경우라고 해도 별도의 정년을 민간업체 통상 정년인 65세로 설정했다. 학교 야간 경비원들의 상당수가 이를 넘긴 고령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고용노동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한 '학교업무종사자의 노무관리 실태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학교 당직 기사 중 65세를 넘긴 비율은 73.5%에 달했다. 학교 당직기사는 초·중·고등학교의 당직(숙직, 일직)근무를 전담하고 있는 학교 당직전담근무자로 통상 야간경비원을 뜻한다.
처우도 열악하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실제 근무에 따른 수당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의 경우 24시간 학교를 지키지만 야간부터 익일 아침까지는 계약 상 휴식시간으로 분류해 실제 근무 인정 시간은 24시간에 한 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비원 1명이 야간 경비를 도맡는 학교가 71.1%지만 월급이 110만원 미만인 이들은 10명 중 7명(67.5%) 꼴이었다. 오 씨는 "일자리를 뺐길까봐 이러한 불만을 용역업체에 말하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실태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현장 인력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우선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맡은 용역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점진적으로 처우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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