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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 피고인 "국민들에게 큰 실망 안겨드린점 사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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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및 재계 "증거도 없는데 12년 구형 유감"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원다라 기자]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지만 제가 너무 부족했고, 이게 전부 제 탓이었다고 깨달았습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원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의 최후 피고인 진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삼성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이렇게까지 뿌리 깊었다는 점을 몰랐던 자신 스스로를 반성하고 나선 것이다.

이 부회장은 "존경하는 재판장, 두 분의 판사께서 지난 5개월간 재판을 이끌어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지난 6개월간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 내내 이 부회장은 다소 목이 메이는 듯 연신 기침을 해가며 말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회장님의 뒤를 이어 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하며 회사일에 매진해왔는데 정작 큰 부분을 놓친 것 같다"면서 "저의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고 커졌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관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평소 제가 경영을 맡게 되면 제대로 한번 해보고, 법과 정도를 지켜 사회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자고 다짐했었다"면서 "이런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부덕하다고 표현했지만 이 부회장은 특검측의 혐의에 대해선 전적으로 부인했다. 최초 진술과 일관되게 부정청탁은 없었고 국민연금건 역시 오해로 점철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사익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탁을 하거나 기대한 적은 결코 없다"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도 꼭 말씀드리고 싶은데 특검과 세간에선 물산 합병으로 제가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이익을 취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났다 해도 국민, 서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욕심을 내겠나"라며 "이 같은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뿐으로 삼성을 아껴주신 많은 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큰 실망 안겨드린 점을 다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뒤를 이어 피고인 최후 진술을 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 역시 이번 사건으로 인해 40여년간의 회사 생활에 오점을 남기게 돼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사장은 "부당한 요청이 있었을 때 좀 더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지만 어떤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제공했다고는 단 한 순간도 생각한 적 없다"면서 "제 개인 책임에 대해선 더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고 황성수는 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 역시 산업계에 투신해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휴대폰 제조 기업으로 만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번 재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최 전 실장은 "사건에 연루돼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면서 "특검에서 조사 받는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쓸데없이 불필요한 희생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조직의 장으로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 넘기겠나"라고 말했다.


최 전 실장은 "과거 학생운동을 하다 징집 당해 군에 다녀왔고 선진국 경쟁사들이 삼성을 비아냥거리는 상황에서 삼성이 독보적 1위로 우뚝 서는데 일조했다"면서 "소니를 꺽고 세계 1등(TV),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1등(휴대폰)이 됐는데 새벽 2시까지 재판이 이어진 지난 7월 7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제조업체가 됐다는 보도를 보고 나서서글픔으로 가슴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차장(사장)은 "생전 처음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으며 자신을 진지하게 돌이켜보게 됐다"면서 "오랫동안 홍보와 대외 협력을 맡아왔지만 올바르게 판단 못했고 신중하게 처신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제 자신과 회사의 명예를 지키지 못했다는 부담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결심이 끝난 직후 법정을 나가기 전 특검측 검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최지성 전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피고인들도 특검측과 악수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날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10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 특검측이 명백한 증거 없이 단순한 정황과 추측만으로 뇌물공여 여부를 확정지은 만큼 삼성측은 이번 구형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삼성측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정청탁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재판을 통해 밝히지 못했는데 특검이 정황과 추측만으로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도 다소 놀란 눈치다. 특검이 예상 외로 높은 형량을 구형하며 향후 재계에 미칠 후폭풍도 크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 삼성측이 부정 청탁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형량을 부과한데 대해 "특검이 법리와 증거 보다 여론 살피기에 급급하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우려했던 대로 특검이 법리와 증거 보다 여론 살피기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 뿐"이라며 "아무쪼록 재판부가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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