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기업인 되려 노력했는데, 뜻 펼치기 전에 법정 먼저 서게 돼 만감 교차"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지만 제가 너무 부족했고, 이게 전부 제 탓이었다고 깨달았습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원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의 최후 피고인 진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삼성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이렇게까지 뿌리 깊었다는 점을 몰랐던 자신 스스로를 반성하고 나선 것이다.
이 부회장은 "존경하는 재판장, 두분의 판사께서 지난 5개월간 재판을 이끌어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지난 6개월간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 내내 이 부회장은 다소 목이 메이는 듯 연신 기침을 해가며 말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회장님의 뒤를 이어 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하며 회사일에 매진해왔는데 정작 큰 부분을 놓친 것 같다"면서 "저의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고 커졌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관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평소 제가 경영을 맡게 되면 제대로 한번 해보고, 법과 정도를 지켜 사회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자고 다짐했었다"면서 "이런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부덕하다고 표현했지만 이 부회장은 특검측의 혐의에 대해선 전적으로 부인했다. 최초 진술과 일관되게 부정청탁은 없었고 국민연금건 역시 오해로 점철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사익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탁을 하거나 기대한 적은 결코 없다"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도 꼭 말씀드리고 싶은데 특검과 세간에선 물산 합병으로 제가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이익을 취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났다 해도 국민, 서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라며 "이 같은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뿐으로 삼성을 아껴주신 많은 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큰 실망 안겨드린 점을 다시 반성하고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결심이 끝난 직후 법정을 나가기 전 특검측 검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최지성 전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피고인들도 악수를 청한 뒤 자리를 떠났다.
한편, 재판부는 변론 종결 선고기일을 8월 25일 2시 30분으로 정했다. 범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선고기일에는 추첨을 통해 방청자를 정하기로 결정했다. TV 생중계 여부는 이날 밝히지 않았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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