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결국 남중국해 영유권분쟁 사태에 이견을 보이면서 공동 성명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아세안은 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10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를 열었으나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적 팽창을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맞서면서 공동 성명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별도 성명만 발표했다.
AFP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이 공동성명에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문구를 담을 것을 요구했다. 반면 필리핀과 캄보디아, 라오스 등 친중 아세아 회원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며 온건한 대응을 주장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5일 밤 예정에 없던 비공개 회동을 하면서까지 이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아세안의 친중 성향이 짙어지면서 향후 발표될 수 있는 공동 성명에도 대중 강경 표현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북한의 위협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개발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지난달 두 차례 진행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원국인 북한에 유엔안전보장 이사회의 결의안이 정한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은 7일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성명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과 회담을 한 뒤 필리핀과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 미국을 염두한 역외세력의 남중국해 분쟁 개입 시도를 제한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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