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와 관련해 "양사 합병은 사장들하고 미래전략실에서 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에서 피고인신문을 받는 도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하는 사업은 제가 지식도 없고 업계 경향도 모른다"면서 이렇게 진술했다.
그는 이어 "제가 함부로 개입할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주고 계셨다"면서 "당시 기억으로는 엘리엇 사태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던 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합병 등 그룹 현안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지와 관련해 "제가 말씀드린 건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대 때 '삼성이 (회장사로서) 대한승마협회 운영을 못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보내야 한다'면서 강하게 질책하고 일부 인사들을 교체하라고 한 게 맞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네"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의 초기 수사 때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승마협회 등에 관한 얘기를 전혀 나누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가 특검팀 조사 때 진술을 번복한 점과 관련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특검 (조사) 때는 모두 다 진실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 "(허위진술을 할) 당시에는 지금같이 이렇게 일이 커지고 사건이 커질지, 심각성에 대해 제가 잘 인식을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박상진(前삼성전자 사장) 피고인에게 정유라 지원 문제를 얘기하거나 바로 진행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연락처를 박상진 피고인이 확인한 게 아닌가"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아울러 "(제 업무의) 95%는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업무였다"면서 "제 소속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미래전략실에는 소속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등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자신과 무관한 옛 미전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선을 긋는 취지로 읽힌다.
이 부회장이 이번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건 지난 4월 정식 재판이 시작된 뒤 처음이다.
이날 이 부회장에 앞서 피고인신문을 받은 최지성 전 미전실장(부회장)은 정씨와 미르ㆍ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는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전 부회장은 "(지원은) 미래전략실이 관할하는 영역이었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글로벌 업무만 담당해 보고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재직하던 기간 동안에는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 권한이 제 책임하에 있었다"면서 "이 부회장은 오너일가였지만 의견 제시를 삼가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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