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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오너 공백 삼중고(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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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투자 시계, M&A 전면 보류…"만시지탄 우 범할 수도"

삼성전자, 오너 공백 삼중고(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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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검 수사 이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핵심인 투자, 인재 영입, 인수합병(M&A) 등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자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24년만에 미국 인텔을 누르고 세계 반도체 1위를 차지했지만 이대로라면 삼일천하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4년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했지만 향후 전망은 녹록지 않다"면서 "반도체 사업은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시기적절한 경영적 판단이 중요한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인해 투자, 인재 영입, 인수합병 등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에는 무모한 모험으로 여겼지만 경쟁사들이 주저하던 표준 규격을 바꾸고(12인치 웨이퍼 전환), 당시에는 생소했던 기술방식인 스택 방식을 택한 사례는 반도체 업계서도 유명한 일화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상무시절부터 반도체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 협의회에 참석하고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에는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투자, 평택 반도체 신설 라인 투자를 직접 진두지휘하는 등 적극적인 선제 투자를 단행해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수기에 투자해 호황기에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여온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이 부회장은 다보스 포럼을 비롯한 글로벌 활동을 통해 글로벌 인재들을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미국 전략혁신센터(SSIC)를 이끄는 손영권 사장,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스타트업 투자와 주요 기업 M&A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은 사장이 이 부회장이 직접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영입한 인재들이다.


M&A 역시 오너의 판단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무료 9조원을 투입해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며 향후 새 먹거리로 떠오른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 바 있다.


◆반도체 판 바꾸겠다는 인텔, 시간이 없다=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6개월 넘게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시설투자에는 여전히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차세대 반도체, 삼성전자의 숙제였던 시스템 반도체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선 미진하다.


미국 인텔은 경쟁사인 마이크론과 손잡고 D램과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모두 갖춘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개발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미세공정 경쟁에서 삼성전자를 이길 수 없게 된 만큼 아예 새로운 기술로 시장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빠르면 2019년부터 서버용 메모리반도체에 D램과 낸드플래시 대신 3D크로스포인트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중국발 반도체 위협은 더 큰 골칫거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성장을 책임졌던 선투자 효과는 길어야 2~3년"이라며 "차세대 메모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여겨지는 2019년까지 2년밖에 안남은 만큼 현 시점에서 종전처럼 D램과 낸드의 미세공정에 집중할지 차세대 제품에 집중할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재 영입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통상의 연봉 수준을 뛰어넘는 S급 인재 영입을 전문 경영인이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한동안 글로벌 인력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삼성전자가 자취를 감춘 이유다.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 이후 삼성은 미래전략실의 해체 이외에는 지난 5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만 소폭으로 단행됐다. 사장단 인사는 아직 진행도 못하고 있다.


◆M&A 시장서 사라진 삼성, 인텔 등 美 IT 업계, 상반기에만 30건=M&A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만 인수 이후 올해 상반기 AI 관련 기업 서너 곳을 인수하기 위해 물망에 올린바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시작되며 전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AI를 비롯한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M&A를 준비중이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시작되며 모두 전면 보류됐다"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초대형 M&A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은 153억달러에 이스라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모빌아이를 인수하며 M&A를 통한 새 먹거리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인텔은 수년전부터 AI 기술 업체 사프론, 모비디우스를 인수했고 딥러닝(기계스스로 학습) 전문 스타트업 너바나를 인수한 바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의 M&A 경쟁도 여전하다. 지난 2012년부터 이들 주요 기업은 200개의 AI 관련 기업들을 인수해왔다. 올해 1분기에만 30여개 기업의 합병이 진행됐다. 지난해 M&A 시장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삼성전자는 올해 자취를 감췄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업 특성상 오너의 발 빠른 판단과 투자 결정이 필요한 회사로 경영공백으로 인한 여파가 가장 큰 기업"이라며 "반도체, IT 시장이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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