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구고령화가 가계 자산·부채에 미치는 영향' 발표
"자산 처분해 소비…수명늘어 실물자산 처분은 완만할 것"
"고소득 고령충 75세 넘으면 자산 처분나서…빚 갚고 자식에 상속"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고령화 진전으로 9년 뒤인 2026년 가계저축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소득이 줄면서 기존 자산을 팔아 소비한다는 것이다. 단 베이비붐 세대는 늘어난 수명을 감안해 실물자산을 급격하게 처분하진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BOK경제연구 '인구고령화가 가계의 자산 및 부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65세 인구비중이 1% 증가하는 경우 가계저축률은 1.0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저축률은 가계순저축(가계처분가능소득-가계최종소비지출)을 가계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2015년 기준 8.9% 수준인 저축률은 2026년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2030년 -3.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거시경제지표 자료(1980~2015년)를 바탕으로 한 거시패널 모형 분석 결과다.
조세형 한은 금융시장국 과장은 "소비는 고령층에 진입한 후에도 크게 감소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료비 지출 증가로 확대되기도 한다"며 "저축률이 마이너스라는 건 자산을 처분해 소비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단, 2020년 본격적인 은퇴에 돌입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실물자산 처분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후반세대(1960~1964년)는 총자산이 평균 5400만원으로 이전세대(1940~1944년도 출생)보다 평균 5000만원 정도의 자산을 더 축적했다. 상대적인 자산 축적과 더불어 부동산 선호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도 실물자산 처분을 늦추는 요인이다. 상속 등 목적으로 이를 보유하고자 하는 동시에 기대수명 증가로 남은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필요성도 반영됐다. 이는 출생연도별로 거시경제 환경, 제도 등의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코호트효과'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자료(2004~2015년)를 이용해 이같은 미시패널모형을 분석 결과를 냈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질 경우 경제주체들은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인식,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고령층에 대한 대출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고소득 고령층의 경우 75세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실물자산 처분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실물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상환하거나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금융자산을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자산처분 규모가 부채감소 규모를 크게 웃돌아 자산의 상당부분은 자녀증여 등의 목적으로 사용됐을 걸로 보인다.
한은은 고령화 진전으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단 일부 고소득 고령층의 실물자산 처분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역모기지론과 같은 유동화 시장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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