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혼자 운영하는 왁싱샵 찾아가 흉기로 주인 살해한 남성 구속
여성이 혼자 운영하는 왁싱샵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남성이 지난달 31일 구속기소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왁싱샵여혐살인사건’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번지고 있다.
피의자 배모씨(31)는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왁싱샵을 찾아가 시술을 받은 뒤 주인을 협박해 금품을 빼앗고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그는 주인이 숨지기 전 손발을 묶고 강간을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배씨는 한 인터넷방송 진행자(BJ)가 해당 왁싱샵에서 시술을 받는 유튜브 동영상을 본 뒤, 피해 여성이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서 혼자 일하는 것을 알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왁싱샵여혐살인사건’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1일 오후4시 현재 트위터에는 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5만건 넘게 작성돼 있다.
트위터에서는 해당 사건을 두고 여성혐오 살인사건(페미사이드·femicide)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자라는 이유로 혹은 여자라는 점을 노리고 살해했다는 것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여자에게 왁싱샵여혐살인사건은 남 일이 아니다. 여자인 이상 익숙한 일상을 살다가도 살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게 나였을 수도 있고 나의 미래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는 “자기 가게에서 일하다 죽을 거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나. 여성에겐 안전지대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이 피해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등 성적 대상화하거나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에 한 트위터 이용자는 “밤 늦게 다녀도 여자 잘못, 치마 입어도 여자 잘못, 술 마셔도 여자 잘못, 이젠 자기 가게서 영업해도 여자 잘못”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트위터 이용자는 “대체 얼마나 더 어떻게 조심하라는 걸까. 난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싶은 게 아니라 혼자 있어도 안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제2의 강남역 살인사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해 5월17일 강남역 인근 주점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피의자가 화장실에서 여성이 들어오기만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점, 경찰 수사와 법정에서 “평소에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인해 여성혐오 살인사건으로 불려왔다.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붙은 3만5000여 장의 포스트잇에는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이후 해시태그를 통한 페미니즘 운동은 증가했다. ‘#강남역살인사건’, ‘#여성혐오묻지마살인’에 이어 ‘#OO_내_성폭력’,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등이 등장했다.
‘#OO_내_성폭력’는 지난해 문학계 성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여성들이 소속집단 내 성폭력 피해 사례를 폭로한 것이다.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는 지난 2월 한 사진 작가가 여성의 자취방을 성적 대상화화면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여성들은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겪었던 범죄 피해 위험을 공유했다.
한편 피의자 배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강도살인 혐의로 지난달 31일 재판에 넘겨졌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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