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누벨바그(1950~1960년대 프랑스의 실험적 영화 조류)의 여신' 잔 모로(사진)가 3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배우'로 전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모로는 이날 파리 시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모로는 칸, 세자르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여성으로서 최초로 프랑스 예술원의 정회원으로 추대됐다. 배우이자 감독, 연극연출가로 활동범위를 넓히며 예술활동을 펼쳐왔다.
1949년 '마지막 연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래 루이 말 감독의 '광란'(1957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밤'(1961년), 프랑수아 트뤼포의 '검은 옷을 입은 신부'(1967년), 뤽 베송의 '니키타'(1990년), 프랑수아 오종의 '타임 투 리브'(2005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으며, '빛'(1976년)과 '청춘'(1978년) 등을 직접 연출했다.
특히 모로는 트뤼포 감독의 '쥘 앤 짐'(1962년)에서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끈 매혹적인 여인 카트린을 열연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트뤼포를 비롯해 루이 말, 라이너 베르나 파스빈더 감독 등 '누벨바그'와 '뉴저먼시네마' 등 새로운 영화사조를 이끌던 당대 천재감독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모로는 1928년 파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프랑스인 아버지와 댄서 출신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16세에 파리예술학교에 입학했고, 1948년 스무 살 때는 프랑스 국립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의 역대 최연소 상임단원으로 선발돼 연극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영국인 어머니 영향으로 영어에도 능통해 할리우드로부터 러브콜도 받았으며, 당대 미국 최고의 감독 오손 웰즈의 셰익스피어극 '심야의 종소리'(1966) 등에 출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별세 소식에 "모로는 영화 그 자체였던 분으로, 언제나 기성 질서에 저항한 자유로운 정신이었다"며 애도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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