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8·27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당이 창업주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재등판을 두고 설왕설래 하고 있다. '안철수 없는 안철수당'의 딜레마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1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원외 지역위원장 109명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했다. 이 지역위원장들은 앞서 29일에는 대표단을 구성, 안 전 대표와 면담을 갖고 출마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출마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흔들리고 있는 당의 진로·정체성이 꼽힌다. 지난해 2월 창당 된 국민의당은 여러 당내 갈등에도 큰 틀에서는 안 전 대표의 '제3세력', '중도·보수' 노선을 중심으로 운영 돼 왔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 하고 정치적인 '칩거'에 돌입하면서 여러 부침을 겪고 있다. 위기 때 마다 여권과의 연대·통합론이 터져 나오는 한편, 이념적인 측면에서도 안 전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과 호남 중심 중도·진보 노선의 불안정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당장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동영 의원 등은 상대적인 진보 성향을 보이고 있다.
김철근 서울 구로갑 지역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당의 상황은 사실상 대안 부재 상태라는 점"이라며 "제3의 길, 중도개혁주의라는 창당 정신을 생각을 가장 잘 구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당의 얼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이같은 일부 당원들의 요구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선거 출마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안 전 대표 측도 "향후 방향에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 것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당 안팎서 안 전 대표의 재등판론이 제기되면서, 당권 주자들 역시 '안철수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언주·이동섭 의원 등 예비 당권 주자들이 공식석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일 '안철수를 지켜야 한다'고 밝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음달 1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천 전 대표는 출마 선언 장소로 대전 한밭체육관을 선택했다. 대전 한밭체육관은 안 전 대표와 천 전 대표가 지난해 2월2일 창당대회를 연 장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