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과의 27일 첫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자리였지만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조치에 따른 피해다.
문 대통령은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수출이)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떠냐"고 물었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기회를 살려서 도약하려 한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을 내놓은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의 판매부진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3월 이후 사드보복 여파로 중국에서 한국 차 불매운동이 벌어진 탓에 현지 판매가 급락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이 됐다. 사드보복이 장기화하면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망 붕괴와 우수 판매인력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인증길이 막힌데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구 부회장은 "우리가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중국이 아예 일본 업체는 되고 한국 업체는 안 된다고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어놨다"며 "중국 차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팔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는 다른 부분 몰라도 배터리 만큼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지 않나"고 묻자 구 부회장은 "중국 사람들이 일본은 와도 된다고 하고, 한국이 들어가면 중국 로컬 경쟁력 떨어진다고 한다"며 "돈(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줘야하니까 한국업체들은 못 들어오게 명문화하고 (한국 전기차 배터리를 쓴) 무슨 (전기차) 모델은 안 된다고 한다"고 다시한번 경영상 애로점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도 사드보복으로 인한 관련 산업의 어려움을 걱정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문 대통령은 "소비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경기동향을 보니 소비심리가 많이 살아난다고 한다"고 하자, 정 부회장은 "연초에는 경영계획을 긴축으로 잡았는데 연초계획보다 훨씬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국 경제보복의 영향을 묻자 정 부회장은 "저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 없다. 다만, 경쟁사는 높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그 부분 완화됐나, 요지부동인가, 관광객은 더 준 것 같다"고 하자, 정 부회장은 "저희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들 단체는 완전히 죽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의 대화는 미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반(反) 덤핑 관세 부과가 다뤄졌다. 문 대통령은 "요즘 미국 철강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묻자, 권 회장은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쪽 수출 물량이 제일 많았을 텐데 괜찮으냐"고 묻자, 권 회장은 "미국에 130만t 정도 보내는데 직접 수출하는 것과 2차 가공해 가는 것이 거의 비슷한 양이다. 2차 가공해서 가는 것은 수출 덤핑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어 "셰일 가스 인더스트리가 이제 필요가 많고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안 줄었는데 철강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할 텐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권 회장은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도 그렇고 총리님도 마찬가지고 부총리님도 그렇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서비스가 그런 서비스"라며 "그런 고충은 앞장서서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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