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압력이나 청탁 전혀 없었다" 전면 부인
가케학원 스캔들 폭로한 前 차관은 "정권 개입" 주장하며 상반된 진술
강도높은 공세 예고한 野, 아베 '모르쇠'에 25일까지 집중 난타 예상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빠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사학스캔들'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24일 오전 시작된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가케(加計)학원 수의학과 신설 의혹에 "(오랜 친구인 학원 이사장이) 나의 지위나 입장을 이용해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수의학부 신설에 대한 압력이나 청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수의학과 신설을 허가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관련 규제 개혁을 속도 있게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개별 안건에 직접 관여한 것은 없다"면서 "이 과정에 대해서는 한 점의 의구심도 없고, 앞으로 운용 과정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아베 청문회가 된 이번 회의에서 핵심 쟁점이 된 사학스캔들은 아베 총리 측근이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의 수의대 신설 과정에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측근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아베 총리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베 총리는 "국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까지 (스캔들에 대한) 답변에서 그에 대한 관점이 부족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연초부터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관련된 모리토모(森友)학원 문제에 이어 가케학원 스캔들까지 터진 상황에서도 '일방적 주장'이라며 선긋기에 급급했던 대응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지지율 폭락을 의식한 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답변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의혹을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과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보좌관이 예상대로 전혀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면서 향후 이를 둘러싼 첨예한 진실공방이 벌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기헤이 전 차관은 "총리가 직접 말을 하지 못하니 (내가) 대신 말한다"며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즈미 보좌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25일에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나가 사학스캔들을 비롯해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답변할 예정이다. 야당이 아베 총리와 측근들에 대한 난타전을 예고한 상황에서 '전면 부인' 입장이 나옴에 따라 아베 정권에 대한 더욱 강도높은 공세가 예상된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1~23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39%로 집계돼 지난달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은 52%에 달했다. 동일 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비지지율보다 낮게 나온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은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후 처음이다. 전날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26%에 머물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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