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본회의 간신히 통과했는데, 여당 24명 해외에…국내 불참자는 강연·아들 군면회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불발될 위기를 겪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소속 의원(120명) 5분의 1이 넘는 26명이 불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중 24명은 해외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판하던 여당이 제 발목을 잡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국회는 이날 이례적으로 토요일에 본회의를 열었다. 표결 직전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자 의결 정족수 150명 중 4명을 채우지 못해 표결이 일시 중단됐다. 이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찾아가 본회의 참석을 요청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복귀하면서 표결이 재개됐다. 추경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 299명 중 179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40표·반대 31표·기권 8표로 가결됐다.
본회의에 불참한 여당 의원 26명 중 24명은 해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18명은 국회 상임위 및 각종 포럼 등으로, 나머지 6명은 개인 일정으로 출국했다. 이용득 의원은 장인, 장모와 유럽으로 효도여행을 떠났고 김영호·황희·홍의락 의원은 개인 업무로 각각 중국·유럽·미국에 체류 중이었다.
국내에 있던 우상호·송영길 의원은 정족수 미달 소식을 듣고 귀경길에 올랐지만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우상호 의원은 군 복무 중인 아들 면회를 갔고 송영길 의원은 강연차 광주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에 머무르던 김해영·노웅래·오영훈·유승희 의원은 당의 긴급 호출에 따라 전날 밤 귀국해 본회의에 참석했다.
다수 의원이 공무상 출장 중이었지만 중요 표결을 앞둔 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했다. 이에 일부 의원은 비난을 반박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표결에 불참한 이용득 의원은 SNS를 통해 “18일 모든 일정이 끝난다고 예상했고 그래서 처부모님의 패키지효도관광을 예약했었다. 막상 19일이 되어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의총에서는 8월2일 본회의 얘기가 나오더라”며 “그런 상황에서 노인네들을 실망시키며 모든 걸 취소했어야 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금태섭 의원은 “물론 출장 전에 당과 국회에 보고하고 다녀왔고, 만약 중간에 귀국하라는 요청이 있었으면 당연히 돌아갔겠지만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야당은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렇게 중요한 추경을 앞두고 의원들이 외국에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여당 의원들의 참여 저조로 본회의 통과가 난항을 겪었으니 앞으로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자기 당(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조차 단속하지 못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했으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느슨한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께 심려 끼친 점을 당 대표로서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도 “추경 과정에서 본회의 표결이 지연되는 것을 보여드린 것에 대해 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회기 중 국외 출장 금지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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