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곳곳에 '대왕카스테라' 간판만
계란 주재료 카스테라·핫도그 등 매장 울상
영세자영업자 직격탄, 폐업 상황에 내몰려…가격 인상 잇따라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대왕카스테라' 간판을 단 채 의류와 잡화 등을 판매하는 이상한(?)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는 이상할 게 없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대왕카스테라' 간판이나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간판을 아직 떼지 못하고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114곳이 오픈하고 66곳이 문을 닫았다." 국내 프랜차이즈산업(2015년 기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생존기간은 어떻게 될까. 5년 이상의 수명을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극히 드물다. 이에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3년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정글'과 다름없다는 게 업계 대다수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적자 생존 외식 프랜차이즈…수명 짧아= 2년도 안돼 줄폐업이 이뤄진 종목이 있다. 주인공은 카스테라. 수많은 브랜드가 뜨고 지는 전쟁터와 다름없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서도 유독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대왕카스테라'.
한때 프랜차이즈업계의 신성으로 등장했던 대왕카스테라는 식용유와 첨가제 사용에 대한 먹거리 X파일 방송 이후 우후죽순 폐점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이후 여론은 오히려 언론 보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방송이 지적한 제조 방법은 해당 업체만의 불량 레시피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중소기업이나 서민 자영업자의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악덕 방송'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
그러나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왕카스테라 가맹점주들은 '폐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인기는 식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치솟은 임대료값과 원재료값에 적자행진만 지속했기 때문이다.
대왕카스테라 가게를 운영한다는 한 관계자는 먹거리 X파일 시청자 게시판에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해당 업체의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작가가 쓴 마지막 한 줄, 대부분의 업체가 이렇게 만든다. 이 확인되지 않은 무책임한 당신의 한 줄 끄적임에 저는 억대 빚이 생겼다"는 분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직접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매출 급락에 폐업을 결정했다"면서 "방송에서 나온 것처럼 식용유를 700㎖나 들이붓는 업체는 한 군데에 불과하다. 대왕카스테라 전체를 싸잡아 문제라는 식으로 비춰지면서 선량한 업체까지 모두 피해를 봤다"고 도미노 폐업을 불러온 방송에 대한 비판과 억울함을 드러냈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생계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고작 2년에 불과한 수명에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대왕카스테라라는 간판이 아직 눈에 띈다. 그러나 간판만 아직 못떼어냈을 뿐, 가게 내부에서는 다른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771개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쏟아졌다. 그사이 폐업(등록취소)한 프랜차이즈는 598개다. 하루 평균 4개의 새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3개가 문을 닫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산업'이란 뜻이다.
◆'계란값'에 허덕이는 카스테라·베이커리= 최근에는 원재료값(계란)이 너무 올라 폐업을 고민하는 가맹점주들이 많은 상황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란 수급 불안정에 영세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연초부터 불안정했던 계란값 폭등이 계속되면서 계란이 주재료인 제품을 판매하는 영세업자들이 '폐업'이란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유명 맛집들도 '가격 인상' 카드를 빼내드는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압구정 가로수길 맛집으로 유명한 수제핫도그 '배드컨테이너'는 지난달 24일부터 핫도드 가격을 인상했다. 콤보 가격이 평균 9000원대에서 1만1000원가량으로 올랐다. 배드컨테이너 측은 "불가피한 가격 인상 결정"이라며 "고객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전했다.
송파구 풍납동의 마카롱 맛집 '슈카롱'도 이달부터 마카롱 가격을 1800원에서 2000원으로, 다쿠아즈도 25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했다. 슈카롱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상승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작년에 4000원대로 구입했던 계란값이 AI 파동으로 9000원~1만3000원을 형성하고 있어 원재료값 부담이 심하다"고 전했다.
홍대에서 작은 베이커리 점포를 운영하는 K씨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단골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원재료값을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카스테라를 찾는 단골이 많은데, 가격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성수동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P씨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대형 브랜드에 밀리고, 올해 들어서는 원재료값 부담에 계속 적자신세다"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악화에 계란 수급까지 힘들어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0일 기준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가 7813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가격인 5169원보다는 무려 2644원 치솟은 것이다. 최고값은 8960원으로 1년 전 최고값인 6880원보다도 2080원 비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부터 계란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태국산 계란을 수입해 왔으나, 수급안정 효과는 딱히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국내로 수입된 태국산 계란은 총 328만개. 이는 국내 일일 계란 소비량이 약 3000만개인 점을 감안했을 때 극히 적은 양이다. 게다가 위생상의 이유로 태국산 수입 계란 대부분이 난가공업체에 공급되고 있어 국내 소비자 가격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계란 생산량이 올해 12월 이후부터나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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