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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江南이여 욕망을 재건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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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
비판과 교육·재테크 수단 등 다중적 의미
도시계획·사회학 전문가 13명의 강남學
한국적 도시화 메커니즘 통해 위기 진단
권력에 의한 강남 만들기 부동산 투기 이슈
불패 신화 좇는 도시 이데올로기 극복 대상


[최대열의 體讀]江南이여 욕망을 재건축하라 서울 강남권 아파트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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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강남(江南)이라는 표현은 필시 지리적 혹은 특정 지역명칭에서 비롯됐겠지만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는 다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누구는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서 태동한 도심의 한 형태로, 어떤 이는 교육과 재테크의 효율적인 수단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개인 혹은 군중이 갖는 삶의 한 양식으로 이해할 테다.


20세기 초중반 시카고를 중심으로 불거진 도시사회학, 도시생태학의 맥락에서 보면 도시화는 공간이나 내부의 설계, 배치 같은 요소를 비롯해 인간 행동의 양태, 집단의 의식수준이나 기호, 나아가 그러한 것들의 형성과정을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 강남이라는 표상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고유의 맥락을 들여다볼 때도 이 말은 유효하다. 주체를 특정 짓긴 쉽지 않지만, 강남을 탄생시키고 강남을 닮고자 했던 한국적인 도시화 메커니즘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도시가 앓고 있는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서는 강남에 대한 이해가 우선일 것이다.

박배균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등이 최근 펴낸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는 그러한 이해의 시도다. 책은 박 교수를 비롯해 이영민 이화여대 교수, 김동완 경남대 교수, 서대승 세무사, 황진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도시계획ㆍ사회학 분야 학자 열세 명이 쓴 논문 열한 편을 단행본 형식에 맞춰 손질한 결과물이다.


박 교수는 머리말에 "강남에 대한 연구서가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지만, 학술지에서 다룬 내용답게 다소 묵직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책의 전체적인 얼개는 박 교수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 SSK동아시아도시연구단이 짰다. 이 조직은 서울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 내 도시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살피며 위기를 진단하는 일을 한다. "한국의 도시중산층을 부동산 가치상승에 의존하는 투기적 주체로 구성했고 이는 투기지향적 도시개발이 한국의 지배적 도시패러다임이 되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박 교수의 주장은 책 전체를 아우르는 요지다.


강남 개발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군부정권 당시 권력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는 물론 억압된 시대에서의 도시 중산층의 필요성, 아울러 아파트라는 자산 혹은 주거양식의 보급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1970년대 들어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며 한국적인 도시화가 촉발됐다면, 1980년대 이후 정권 차원에서 계획한 신도시 개발과 그로 인한 분당의 탄생,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 도드라진 '강남불패'로 불리는 부동산 투기의 만연은 우리 현대사의 단면이자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특히 강남의 성공신화를 좇아 전국 각지에서 재현되고 있는 도시화의 모습은 다른 대안적 도시 이데올로기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계하고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책은 묘사하고 있다.


[최대열의 體讀]江南이여 욕망을 재건축하라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 표지


저자 가운데 한 명인 지주형 경남대 교수가 설명하듯, 강남 개발은 수많은 우연이 중첩해 시작된 동시에 우리 사회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 교수는 "처음부터 강남 개발을 염두에 두고 서울시 행정구역 확대, 제3 한강교 건설,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영동 토지구획정리 지구 지정, 재정난에 따른 영동지구 확대 및 체비지 매각을 위한 개발, 투기를 통한 정치자금 조성, 한강 연안 개발 등을 진행한 사람이나 계획은 없다"고 설명한다.


그때 그때의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또 서로 다른 주체에 의해 실행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표면적인 우연의 연쇄 이면에는 강남에서의 아파트 개발 이외의 다른 경쟁적인 대안을 도태시키고 강남 개발을 촉진시킨 특정한 정치사회적 조건, 즉 공간선택성이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광복 후 재벌로 꼽히는 박흥식이나 박정희 시대 '불도저 시장'으로 불린 김흥식이 비(非) 강남권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해 추진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장을 쓴 김동완 교수 역시 "강남의 생성은 특정 주체가 특정 전략에 따라 만든 단일한 설계도로 해명할 수 없다"면서 "여러 차례의 '강남 만들기'가 있었고 각각의 시도마다 나름의 전략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지식ㆍ권력이 작동했다"고 했다.


책의 부제(투기 지향 도시민과 투기성 도시개발의 탄생)가 함축하듯 강남을 둘러싼 이슈의 중심에는 부동산 투기가 있다. 강남을 향한 시선은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우리 사회 구성원 상당수에 내재된 욕망이다. 건설ㆍ부동산 분야를 주요 취재처로 둔 처지에서 본다면, 새 정부 취임 후 첫번째로 나온 부동산 정책이 강남을 겨냥했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시장이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불안이 다른 곳까지 번질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주거가 인간적인 삶을 위한 기초인 데다 주택 등 부동산은 대다수 가구자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어느 정권이든 부동산정책에 힘을 쏟으면서 상당수 정책이 강남을 직간접적으로 타깃으로 삼은 건 그래서다. 강남을 콕 짚은 강력한 수요 억제책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초기 정책과 비슷한 외양을 띠며 기시감을 불러 일으켰다.


국회의원 출신으로 새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온 김현미 장관은 취임 첫날 강남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강남권 특정 행정구역 내 매매거래 등 통계수치를 끌어다 관과 민, 공과 사를 극명히 대립시킨 김 장관의 발언은 시비여부를 둘러싸고 다양한 얘기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떠나 강남에 프레임을 집중시키면서 그 자체로 강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한국식 개발이나 도시화를 다루면서 강남에 집중한 이론서는 많지만 다양한 층위와 시공간적 맥락을 달리하면서 한 데 종합해놓은 책은 흔치 않다. 올림픽 같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도시개발과 잠실의 개발을 연계시킨 점이나 부산과 대구의 사례를 들어 '강남화'를 설명한 부분, 직접 인터뷰를 거쳐 강남이라는 구역의 심리적 경계를 살펴보는 점, 주체화된 아파트의 시선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를 독백형식으로 풀어낸 부분도 눈에 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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