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처음으로 미국산 쌀 수입한다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산 쌀을 수입한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쌀시장을 개방한 이래 16년여 만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은 중국이 미국산 쌀 수입에 처음으로 합의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퍼듀 장관은 이번 합의를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예외적인 기회'라고 자평하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쌀 소비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 부여했다.

세계 최대 쌀 소비국이자 수입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쌀시장을 개방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에 병원균이나 병해충의 유입을 막기 위한 엄격한 검역 및 통관 규약을 놓고 합의를 보지 못해 미국산 쌀의 중국 수입은 사실상 금지돼 왔다. 중국은 지난해 500만t의 쌀을 수입한 것으로 미국 농무부는 집계했다.

베시 워드 미국 쌀 협회장은 "지난 십여년 동안 지속해 온 검역 규약 협의가 마침내 타결됐다"며 "안전한 고품질의 미국 쌀이 중국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쌀 수입량 추이<자료:블룸버그 통신>

양국의 이번 합의는 중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다시 허용한다는 공식 발표 2주 후에 나온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사태가 발생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지 14년 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처럼 쇠고기에 이어 쌀까지 농림축산식품 분야에서는 양국 간 극적 합의를 이뤘으나 무역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19일 열린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에서도 양측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미진했다고 언급한 이후 양국 간 무역 전쟁 우려는 오히려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단지 한 차례 만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걸로 해결할 수 없으며 미국이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팡중잉 중국 해양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무역 전쟁 카드를 꺼냈지만 실효성이 떨어졌다"면서 "어쩌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100일 계획'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