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사전엔 '술 담당 보이'
와인을 서비스하는 사람으로
해박한 와인 지식은 필수
조리법·맛에 맞춰 와인 추천도
기획·경영·교육능력도 갖춰
레스토랑 실질매출 쥐락펴락
[아시아경제]예전에는 '소믈리에(Sommelier)'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면 가장 먼저 익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와인은 포도재배, 양조, 유통, 소비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와인 관련 직업은 포도를 재배하는 직업, 와인을 양조하는 직업, 와인을 유통시키는 직업, 그 다음 와인을 서비스하는 직업으로 나눌 수 있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서비스하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그 전 단계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이를 손님에게 전달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와인 전문가'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Sommelier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불어로서 '(레스토랑의) 포도주 담당 웨이터'라고 돼 있으며, 불어사전에는 '(큰 집ㆍ호텔ㆍ기숙사 따위의) 식료품 담당자' '(카페ㆍ요리점 따위의) 술 담당 보이'라고 돼 있다. 그 어원을 보면 고대 불어인 'Bete de Somme'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말은 영어로 'Beast of Burden', 즉 짐을 나르는 동물이며, Sommelier는 목부, 목동이었다. 이 단어는 점차 전문화돼 공식적으로 프랑스 왕실의 짐을 운반하는 직책이 됐고, 그러면서 어떤 곳의 세탁, 식품 저장, 지하 저장고를 관리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1700년대 이전에는 왕궁에서 소믈리에는 '식탁을 차리고 와인과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한편 연회 따위에서 술잔을 따라 올리는 사람)'의 뜻으로 사용됐고, 나중에는 후자의 개념만 남아 오늘날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책임지는 사람의 뜻으로 발전한 것이다. 장난삼아 '소몰리에'라고 해도 크게 틀린 뜻은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 와인 감별사라는 명칭을 사용해 이 뜻이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감별이란 식별한다는 뜻으로 예술품 등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예술품 등 판단에는 감별이란 말보다는 감정이란 말이 더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소믈리에를 와인 감정사라고 부르는 것도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와인을 감정하는 직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대개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기회가 있으면 모여서 와인을 감정하는 정도다. 소믈리에는 사전 뜻 그대로 와인을 담당하는 웨이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소믈리에는 와인 저장실과 레스토랑 일을 맡아보고 모든 음료수의 책임을 지고 있으며, 식사 주문이 끝나자마자 주문한 요리를 알고 바로 와인을 추천하거나 와인 리스트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박한 와인 지식은 물론 그 레스토랑의 모든 와인의 맛과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하며, 손님이 주문한 요리의 조리법, 맛 등을 잘 알아야 한다. 결국 유능한 소믈리에란 그 레스토랑에서 요리 매출보다 와인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와인의 세일즈맨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서비스맨으로서 인격을 갖추고, 기획, 경영 능력이 있어야 하며, 종업원의 와인 지식이나 서비스 교육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유능한 소믈리에는 자격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와인 맛을 잘 알아맞힌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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