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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마오쩌둥과 닮은 시진핑의 우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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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마오쩌둥과 닮은 시진핑의 우상화 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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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우연찮게 시중쉰(習仲勳)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고향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시중쉰은 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이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웨이난(渭南)시 푸핑(富平)현에는 시 주석 아버지의 석상과 유골을 안치한 공원이 있었다. 훗날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는 생전 유언에 따른 것이다.

이곳을 방문한 당시는 문화 대혁명(1966~1976) 발발 50주년을 며칠 앞둔 때라 기분이 묘했다. 문혁의 소용돌이 속에 부친이 박해를 받고 실각한 탓에 어린 나이에 온갖 고초를 함께 겪은 아들이 국가주석 자리에 올라 있으니 말이다. 시중쉰의 묘소 앞에는 문혁을 일으킨 마오쩌둥(毛澤東)이 친필로 쓴 '중쉰 동지는 당의 이익을 가장 앞세웠다'는 글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시중쉰을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함으로써 시 주석 부자(父子)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긴 장본인이 마오쩌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권 2기를 앞둔 시 주석의 얼굴에서 마오쩌둥이 엿보인다는 얘기가 많다. 외모가 아닌 장기 집권에 대한 야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둘의 닮은꼴은 '개인 우상화' 현상으로 발현하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규정할 제19차 당 대회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이 같은 행위는 더욱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시중쉰의 고향을 찾을 때만 해도 시 주석 개인 숭배 금지령을 의식한 듯 매점 뒤편에서 은밀하게 배지를 팔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이런 비판에 불을 당긴 건 지난 17일부터 중국중앙(CC)TV 종합 채널에서 매일 저녁 8시 황금 시간에 방영을 시작한 총 10부작의 정치 다큐멘터리다. '개혁은 어디까지 진행되는가(將改革進行到底)'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시 주석 집권 이후 공산당이 추진한 개혁 성과를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관영 매체가 시 주석 띄우기에 나서면서 사실상 사상 주입을 강요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단체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충성 경쟁하는가 하면 길거리에도 삼삼오오 모여 시청하는 풍경은 마치 세뇌 교육 같아 보인다.


시 주석을 우상화하는 볼썽사나운 여론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CCTV는 문혁 당시 시 주석의 하방 생활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초심(初心)'을 방영하면서 시 주석이 젊은 시절 밀 100kg을 메고 5km 산길을 갔다는 등 믿기 힘든 일화를 전해 의심을 샀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 가운데 마오쩌둥의 '셀프 우상화'가 가장 심하지 않았던가.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반부패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 역시 시 주석의 업적을 찬양하려는 목적이 컸다.


새로 시작한 이번 다큐멘터리 첫 회 '시대의 물음(時代之問)'에서는 시 주석 개혁 정책의 핵심인 '전면 심화 개혁'을 '새로운 개혁 사상'으로 표현한 점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올해 가을 당 대회를 통해 공산당 당장(黨章)에 '시진핑 사상'이 들어가면 시 주석은 마오쩌둥, 덩샤오핑(鄧小平)에 이어 본인 이름과 결합한 지도 이념을 가지는 역대 3번째 지도자로 등극한다. 지난해 10월 공산당이 시 주석에 이례적으로 '핵심' 칭호를 부여한 데 이은 1인 지배 체제 굳히기 시도인 것이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사적 위상을 꿰찰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 주석이 지금은 세계 2위 대국을 이끄는 '스트롱맨'으로 불리지만 권력을 장악하고 장기 집권의 길을 걸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것이 중국을 번영으로 이끌 지 혹은 그 반대일 지 역시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느 독재 정권의 비참한 말로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수없이 확인해 오지 않았던가.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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