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이 책은 프로야구부터 국가대표 '용병', 올림픽과 월드컵,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둘러싼 마케팅, 대학 스포츠, 프로 선수들의 연봉 책정까지 스포츠 산업에 관한 흥미롭지만 때로는 암울하고 안타까운 사정들을 다루고 있다. 스포츠 산업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일들에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스포츠 산업계 전반을 설명하고 스포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시도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의 팬들은 2005년 5월2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 리버풀은 2004~2005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AC밀란에 0-3으로 뒤졌다가 3-3 동점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이겨 정상에 올랐다. 이후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우승하지 못했지만 리버풀 팬들은 언젠가 다시 '그날'이 오리라 믿고 따른다. 프로축구가 인기를 잃어도 슈퍼매치(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에는 변함없이 관중이 몰려든다. 한국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팬들은 매년 거듭되는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응원한다.
미국프로야구(MLB) 전문가 피터 바바시는 "야구를 마케팅하는 것은 기억과 환상을 팔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하나의 시장이다. 시장은 이익이 생기고 분배해야 하는 무대. 그래서 스포츠는 산업이다.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그 이유와 배경을 알려주고 미래까지 내다보려는 책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왜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하려고 노력하는지, 이 책은 간명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주장 대로라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남북단일팀'은 돈으로 직결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엄청난 예산을 투자한 개최국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 남북단일팀은 이슈를 낳고 돈도 낳는다. 관심이 많아질수록 중계권료는 폭등한다. 짭짤한 수익에 스포츠 선수, 팬들에 추억을 선사하고 IOC의 공로로 남긴다. 이보다 더 좋은 장사는 없을 것이다.
수익이 있으면 분배해야 한다. 분배는 공평해야 하는데, 스포츠 시장은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저자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가져간다'는 속담처럼 올림픽 개최에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을 투자한 개최국에 주는 보조금 지급 비율을 점점 줄이고, IOC를 포함한 조직에 더 많은 수입을 나누어주는 이런 현상은 매우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IOCㆍ국제 올림픽 스포츠 기구ㆍ국가 올림픽 위원회는 그들이 수혜자인 까닭에 이러한 불공정한 분배 원칙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독자들은 스포츠 선수들이 성적과 국가보호주의 아래 보상과 부수를 받는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런데 박병호는 국내프로야구 최고의 타자였지만 메이저리그 평균연봉의 70% 밖에 받지 못한다. 저자는 여러 사례를 들며 스포츠 시장에서 분배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유경쟁의 시장에서 선수의 몸값은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독자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가끔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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