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공식 요구한 근거는 양국 간 불균형한 무역수지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한미 FTA가 발효된 후 대(對)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달러에서 276억달러로 늘었고 미국의 상품 수출은 줄었다”며 무역 현황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최근의 무역 현실을 100% 반영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5월 미국을 상대로 68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 중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보다 41억달러나 감소한 수치다. 2015년 사상 최고인 258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지난해 232억달러로 전년보다 26억달러 줄었다.
특히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와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월 대미 수입 증가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품목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로 전년 대비 14억달러 늘었다.
LPG 수입액 증가도 두드러졌다. 우리나라는 올해 9억1000만달러 어치의 LPG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9.0%나 늘어난 금액이다.
미국산 LPG는 중동산을 제치고 국내 수입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물성 물질(7억6000만달러·전년 대비 87.6% ), 육류(7억5000만달러·22.9% ), 항공기 및 부품(14억5000만달러·5.1% )의 대미 수입이 늘었다.
반면 무선 통신 기기, 자동차 부문의 미국 수출은 크게 줄고 있다. 무선 통신 기기는 23억9000만달러 수출을 기록, 감소액이 14억4000만달러(-37.6%)로 가장 컸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65억1000만달러, 25억3000만달러로 각각 8.5%, 14.9% 감소했다. 철강판의 경우 4억2000만달러로 30.3% 줄었고 반도체도 17.5% 하락한 2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양국 간 교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교역은 13.0% 감소하는 부진을 겪은 반면 한미 간 교역 규모는 12.1% 증가했다.
양국 간 교역 확대에 힘입어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1년 8.5%에서 지난해 10.6%로 뛰었다.
무역협회는 “한미 FTA 발효 전 한국 수입시장에서 지속해서 점유율이 하락했던 미국이 FTA를 발판 삼아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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