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서울의 주택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다."
취임 3주차에 접어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단호했다. 지난달 취임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을 아직도 공급 부족에서 찾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날을 세웠던 김 장관에게 지난 7일 간담회 자리서 "서울의 주택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시장에서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직접 물어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서울의 주택 공급량은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더 많다"며 "수도권까지 하면 더 많다"고 강조했다.
통계치를 살펴봤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입주예정 물량은 올해 7만3000가구, 내년 7만4000가구로 최근 10년간(2007~2016년) 주택 준공 물량 평균치인 6만2000가구보다 많다. 최근 5년 평균치인 7만2000가구도 웃도는 수치다. 다만 지난해 준공 물량인 8만7000가구보다는 올해 공급량이 16% 가량 적다. 6ㆍ19 대책 시행 이후 풍선효과로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는 오피스텔의 경우 공급 물량이 지난해 1만9000가구에서 올해 1만6000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공급 예정 물량도 1만6000가구로 추정된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지난해 주택 준공 물량(25만9000가구)보다 올해 입주예정 물량(28만4000가구)이 더 많기는 하다. 내년에는 31만4000가구가 예정돼 있다. 서울의 주택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많다는 김 장관의 얘기는 일부 틀린 것이다.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의 5분의 1 가량을 서울의 주택 수요가 담당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연간 14만가구 가량의 인구가 이동하는데, 서울에 인접한 시ㆍ군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6만호 정도 되고 이 중 20%인 1만2000가구는 서울의 주택 수요라는 것이다. 즉 수도권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게 김 장관의 생각이다.
6ㆍ19 부동산 대책의 효과에 대한 김 장관의 판단도 궁금했다. 왜 질문을 던졌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 그는 "(6ㆍ19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6ㆍ19 대책 이후 어느 정도 시장에 진정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ㆍ19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시장의 수치는 엇갈리고 있다. KB국민은행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6ㆍ19 부동산 대책 시행 이전인 지난 6월5일 기준으로 전주보다 0.30% 올랐고 6월12일 기준 0.33%로 확대됐다. 이후 대책 시행일인 6월19일 기준 0.23%로 내렸지만 일주일 뒤인 6월26일 기준으로도 0.23%로 동일했다. 하지만 이달 3일 기준으로는 0.16%로 내려갔다. 6ㆍ19 대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새 0.20% 올랐다. 이는 전주 상승률인 0.16%보다 오름 폭이 커진 것이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6ㆍ19 대책 시행을 전후로 시장이 어느 정도 위축된 것은 맞지만 효과의 정도나 지속 기간 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6ㆍ19 대책의 효과가 이달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6ㆍ19 대책에 따라 청약조정 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10%포인트씩 강화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전체 청약조정 대상지역 내 신규 대출자 중 24.3%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앞으로 부동산 투기꾼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이미 취임식 때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취임사 머리말에서 지난 5월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증했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다주택자를 저격했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국토부 차원에서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 국세청이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설 경우 국토부가 갖고 있는 주택 거래 및 소유 자료를 국세청에 제공하는 게 전부다.
서울 강남 다주택 소유자의 대한 김 장관의 해석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김 장관이 취임사에서 제시했던 단순 증감률이 아닌 거래 건수와 비중을 살펴보면 김 장관의 해석에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에서 집을 다섯 채 이상 가진 사람들의 주택 구매는 지난 5월 98건으로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각각 2103건과 1158건으로 전체의 83.5%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세대별로 뽑은 게 아니라 개인별로 뽑은 것이기 때문에 세대별로 살펴보면 사실상 다주택자 거래 비중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의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유추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수치의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에도 김 장관은 세대 및 금액대별 다주택자 주택 거래 수치를 추가로 뽑아보지는 않았다.
김 장관은 임대주택 등록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앞서 임대주택의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임대주택 등록을) 자발적으로 하면 좋지만 안 되면 제도적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자발적인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되 그래도 자발적 등록이 잘 이뤄지지 못한다면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SR 간 통합 건에 대해서는 "철도는 가장 공공성이 강한 교통수단"이라며 "국토부 내부 논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코레일과 SR 통합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미래 철도산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 내부에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기로 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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