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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가신질, 완장질, 호가호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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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가신질, 완장질, 호가호위질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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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깜짝 변신했던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그가 약 30년 몸담았던 신문사와 그 발행인을 연일 성토하고 있어 화제다. 발행인이 신문을 좌편향으로 몰아갔고 '가신급 책임자'들이 발행인의 의중을 미리 살펴 자신의 칼럼을 이유없이 내쳤다는 거다. 이처럼 '가신'들을 행동대원으로 내세워 신문 제작에서 '좌편향질'을 일삼다보니 이 신문이 시장에서 3등으로 추락했다는 게 주된 논지다.


그의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 신문이 좌편향인지, 좌는 나쁘고 우는 좋은 건지, 이도 저도 아니고 편향이 문제인지, 신문부수가 떨어진 것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인지, 전 직장에 대한 비방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공감도 없다. 다만 딱 하나, 쉽사리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가신급' 인사들이 행동대원으로 나섰다는 부분. 아하! 그 곳에도 가신들이 있었구나.

가신이 무엇인가. 대체로 위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이를 일컫는 말일 게다.(물론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의리를 지키며 충직을 다하는 이를 가르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가신은 그 가신이 아니다.) 고상한 말로는 영혼 없는 이라고 일컫기도 하고, 거칠게 말하면 매사에 조직 논리를 앞세워 이를 미명인 양 내세우며 도생하는 부류다.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조직이라는 곳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이런 이들이 활개친다. 그저 위만 바라보고 살필 따름이다.


그런데 이 '가신질'은 얼마 안돼 '완장질'로 이어지다 종국에는 '호가호위질'로 파국을 맞는 메커니즘을 충실하게 따른다. 완장질을 하든 호가호위질을 하든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기만 한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문제는 이 가신질, 완장질, 호가호위질이 다중에게 폐해를 줄 수 있는 경우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언론사처럼 공적 기능이 중시되는 조직에서 '가신질'은 자칫 '사회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고민해야 되는 영역에서 이를 건너뛰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가신질. 바로 이 알량한 몸짓이 당사자에게는 떡을 가져다줄 지 모르지만 공적영역에는 골병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며칠 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을 공직자로서 최고의 영예로 여겼다는 그는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언제 어떤 지시를 하실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사무실 책상, 안방,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메모지나 수첩을 두고 대통령님의 지시를 대기하며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매번 사적인 목적이나 범죄적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행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렇듯 공직자 우병우는 2년 6개월간 매일 야근하다시피 하며 대통령의 지시를 대기하고, 대통령의 지시를 정부 부처에 전달하는 견마지로를 다해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적절한 지 따져보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대통령이 시키는대로 하는 게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로 알고 살아왔다는 거다.


대통령은 국민의 머슴이고, 그 머슴의 비서도 국민의 머슴이라는 지당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할 머슴들 인선이 한창인 상황이다. 이제 '가신질 머슴'은 이번의 우병우로 끝냈으면 한다. 이름만 바꾼 우병우도 안 된다. 우병우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류을상 논변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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