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입국한 태국 여성 5명을 부산의 한 건물에 사실상 감금한 뒤 성매매를 시킨 브로커와 업주가 경찰에 적발됐다. 태국 여성들은 감시 소홀을 틈타 인근 슈퍼마켓 종업원에게 구조를 요청해 구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이 같은 혐의(성매매 알선, 폭력행위 등)로 알선브로커 A(40), 성매매 업주 B(38), 종업원 C(24)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 여성과 성매매를 한 D(21·회사원) 씨 등 5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성매매 혐의가 짙은 300여 명을 추가로 조사해 입건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알선브로커 A 씨는 지난 1월 현지 브로커와 함께 태국 여성 E(22) 씨 등 7명을 모집해 관광 무비자로 입국시킨 뒤 소개비 명목으로 1인당 300만~500만 원씩을 받고 부산 서면의 마사지 업소로 넘겼다.
업주 B 씨는 2월부터 3개월 동안 태국 여성 5명을 고용해 성매매를 시켰다. B 씨는 학생증, 재직증명서, 월급명세서 등으로 신분을 확인한 뒤 성매매를 알선했으며 폐쇄한 철학관을 성매매 장소로 개조해 사용했다. B씨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철학관 간판은 그대로 두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B 씨는 10여 개의 밀실을 마련한 뒤 여성들의 여권을 빼앗고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철저히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여성 E 씨 등은 하루에 5명가량의 남성들을 상대하면서 1회당 8만~16만 원씩을 받았다. 그러나 B 씨는 소개비 명목으로 첫 월급을 공제하고 2개월째부터 성매수금의 40% 정도만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무차별적인 인권침해를 견디다 못한 태국 여성 E 씨 등은 지난 5월16일 인근 슈퍼마켓으로 생필품을 사러 갈 때 감시를 나온 종업원 C 씨의 눈을 피해 슈퍼 종업원 박모(27·여) 씨에게 몰래 종이쪽지(사진)를 건넸다. 이 쪽지에는 어설픈 한국말과 영어, 태국어로 ‘4층에 잡혀 있는 태국인이다. 도와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쪽지를 전달한 태국인 여성은 이틀 뒤인 5월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려 외국인지원센터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SNS 글은 ‘철학관, 성매매’ 등의 내용이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철학관을 덮쳐 성매매 업주 이씨와 브로커 김모씨(40), 태국인 여성 등을 검거했다.
한편 여성을 상대로한 강력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범죄 중 여성 피해자는 2014년 1분기 33.4%(9만9024명)에서 2016년 2분기 34.8%(11만4393명)로 지난 2년간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이 피해자의 대부분인 성폭력 범죄는 2006년 인구 10만 명당 31.3건이었지만 2015년 60.9명으로 지난 9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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