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배치 철회"
전문가 "G20 한중정상회의 '평행선'…수교 25주년 준비해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중국과 러시아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철회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한중정상회담은 더욱 험난할 전망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이뤄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에 공감대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이보다 앞선 지난 2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역내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이익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한반도 비핵화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배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분쟁을 격화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이미 배치된 일부 사드 포대에 대해서도 철회를 요구할 정도로 강경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시 주석의 발언을 감안할 때 이번 한중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사드 등 현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강경한 발언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발언 배경을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강한 압박에 대응해 사드 반대에 대한 입장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 국무부는 연례 인신매매실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북한과 동급의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공식 지정했다. 또 다음날인 28일에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자국 해군 함정이 대만 항구에 기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2018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30일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강화가 재확인됐다. 일련의 흐름이 중국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를 철회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만큼 한중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기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외교가에서는 G20정상회의보다 다음달 24일 한중수교 25주년을 목표로 지금부터 실무접촉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G20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8월말 한중수교 기념일에 맞춰 성사될 양국 정상회담에서 타협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드를 직접 거론하기보다 양국 공통관심사인 북핵해법을 고리로 풀어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해결에 대해 한중의 견해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러 정상도 이번 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재확인한 상태다.
사드 배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해 중국에 출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양갑용 성균관대 교수는 "사드 철회가 쉽지 않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면서 "중국의 체면을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사드는 국익과 안보의 필요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배치 결정과정에서 중국과 충분한 외교적 협의가 부족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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