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日정부 치즈관세 양보 검토 중 보도
수일내 협상 타결 후 G20서 최종 서명 가능성 커져
자국 농업 보호위해 보조금 지급 방안 등 검토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치즈 관세를 둘러싸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여온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제연대협정(EPA)이 최종 조율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주 내 극적 타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된 유럽산 치즈 관세 철폐 또는 인하에 대해 한 발 양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자민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요구한 것은 대략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총리가 (EPA에) 합의할 것이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EPA 체결로 자국 내 농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럽산 치즈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 또는 조정하는 한편 관련 농가에 보조금 지원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과 도쿄에서 관련 협상을 벌여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야마모토 유지(山本有二) 농림상 등 협상단이 조만간 벨기에 브뤼셀로 가 세부 조율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EU는 일본 정부에 유럽산 소프트 치즈에 부과하는 최대 29.8%의 관세를 철폐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앞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일본은 체다 등을 포함한 하드 치즈의 관세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지만 자국의 낙농산업 피해를 이유로 소프트 치즈의 관세는 조정하지 않았다.
와인과 함께 EU의 주요 수출 품목인 치즈는 지난해 자연치즈만 기준으로 6만8000t, 금액으로는 309억엔(약 3130억원)이 일본에 수출됐다. EU는 일본에서 치즈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시장 확대를 위해 관세 철폐를 압박해왔다. 일본은 협상이 타결되면 유럽산 와인에 대해서도 8년 동안 단계적으로 관세를 내려 최종 철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치즈 등에 대한 관세 조정안을 들고 나올 경우 EU 역시 일본이 요구해온 자동차 관세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EU 국가에 수출하는 승용차(10%)와 관련 부품(3~4.5%)의 관세를 조기에 철폐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2013년부터 4년여간 계속된 EPA 관련 협상에서 치즈를 포함한 농업 부문의 양보 불가 방침을 펴온 일본이 최근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경제뿐 아니라 국내외 정치적 이슈를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퇴 선언으로 TPP가 힘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에 더해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은 국제 무역에서 입지가 좁아질 상황에 처해 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사학 스캔들과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도 이번 협상 타결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EU 역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무역 및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일본과의 EPA 타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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