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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서의 On Stage]찌질한 청춘에 '추억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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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일상 그린 뮤지컬 '찌질의 역사'

동명의 인기웹툰 뮤지컬 무대로 옮겨
보통의 대학생들 서툰 연애에 공감대
히트가요·이야기 엮은 주크박스 형식
관객들과 소통하며 극의 몰입도 높여
8월27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


[장인서의 On Stage]찌질한 청춘에 '추억소환' 뮤지컬 '찌질의 역사' 공연 모습. 김풍 작가의 인기 웹툰 '찌질의 역사' 시즌1·2를 무대 위로 옮겼다. 서민기·권기혁·이광재·노준석 등 네 친구들이 겪는 사랑과 우정을 재치만점 대사와 귀에 친숙한 명곡들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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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눈물이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힘없이 돌아서던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만큼 너도 슬프다는 걸 알아/ 하지만 견뎌야 해/ 추억이 아름답도록 / (중략) / 시간은 추억 속에 너를 잊으라며 모두 지워가지만/ 한동안 난 가끔 울 것만 같아.'


한 편의 시 같은 이 노랫말은 가수 김건모가 1995년 발매한 3집 앨범 수록곡 '아름다운 이별(김형석 작곡·김창환 작사)'의 가사 일부다. 이별한 주인공이 고백하듯 부르는 노래에 관객들은 이끌리듯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속절없이 끝난 첫사랑의 편린. '젊으니까 괜찮다'며 청승맞은 호기로 버틴 그 시절을 향해 추억여행을 떠난다. 어리숙하고 비굴하다. 그럼에도 당당한 20대의 일상을 그린 뮤지컬 '찌질의 역사(극본·연출 안재승)'는 희비가 한데 어우러진 젊은 날의 종합선물세트다.

작품은 대학시절 항상 붙어 다니던 '서민기'와 친구 세 명이 겪은 연애 흑역사(없애버리고 싶은 과거)를 거침없이 까발린다. 원작의 시즌1·2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되 뮤지컬 무대에 맞게 대사를 각색했다. 시점은 2013년(극중 현재)과 2002년(회상 장면)이다. 무대는 1인용 침대와 소박한 옷장으로 꾸며진 벽 네 개로 꾸몄다. 서민기, 권기혁, 이광재, 노준석 네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을 선반과 수납장으로 채워진 회색 벽으로 상징화했다. 벽은 영상이 펼쳐지는 스크린으로도 활용되는데 지난 추억을 무대 위로 되살리는 도화지 역할을 한다.


[장인서의 On Stage]찌질한 청춘에 '추억소환' '찌질의 역사' 공연 모습.


서민기는 자기만의 감정에 빠져 서툰 행동을 일삼은 연애 초보다. 동갑내기 동기 '권설하'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첫 연애는 연상의 여자 '윤설하'와 한다. 권기혁은 어려운 가정환경과 소심한 성격 탓에 연애를 두려워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족 때문에 방황하는 '최희선'에게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지만 친구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다. 이광재는 친구들 중 연애에 가장 관심이 많으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한 모태솔로다. 호감을 갖고 다가오는 '오연정'에게 상처를 주는 나쁜남자 기질도 보인다. 노준석은 친구들의 애정사에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는 연애 고수다. 연상녀 '신유라'를 이성적인 태도로 대하는 탓에 둘은 쉽게 가까워지지 못한다.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통의 대학생이다. 하릴없이 몰려다니며 여자 얘기에 부질없이 열을 올리는, 멋있는 데라곤 거의 없는 '찌질이(지지리도 못난 놈)'들 말이다. 20대에 막 접어든 청춘들의 서툴고 부끄러운 연애담은 관객의 마음을 쉽게 자극한다. 첫 연애 중인 20대는 물론 사랑에 점잖은 체할 수 있는 30~40대 관객들조차 내내 웃고 야유하며 때로는 한숨짓는다. 단순한 연애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한 뼘 성장한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기도 하다.


[장인서의 On Stage]찌질한 청춘에 '추억소환' '찌질의 역사' 공연 모습.


이처럼 솔직한 반응이 쏟아지는 데는 직설적인 대사와 마음에 스며드는 명곡의 힘이 크다. 애인과 처음 밤을 함께 보내며 "내가 처음이야?"라고 묻거나 호감을 드러낸 상대에게 눈치 없이 "우리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말한다. 다툼 끝에 화해하면서는 "내가 정말 많이 잘못했는데 너도 잘못한 거 알지?"라고 못 박는다. 운명적인 첫사랑, 어색하기 짝이 없는 로맨스, 사랑과 우정 사이, 세월이 흘러 이제는 제법 어른으로 성장한 주인공들은 관객 각자가 그린 추억의 궤적과 다른 듯 닮았다.


노래와 이야기가 엮이는 주크박스 방식은 한층 더 감성에 젖게 한다. 김형석, 김창환, 윤일상 등 국내 대표 작곡가들의 명곡을 무대 2층에 자리 잡은 3인조 밴드 '토끼굴'이 라이브 연주로 들려준다. 웹툰 찌질의 역사를 모티브로 가수 이한철이 작곡한 노래 '토바코 레이디(Tobacco Lady)'를 비롯해 '챠우챠우' '널 사랑하겠어' '늑대와 함께 춤을' '이 밤의 끝을 잡고' '그대네요' 등 대중에게 친숙한 인기가요들이 주요 넘버(노래)로 활용된다. 장면에 딱 맞아떨어지는 명곡들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출가 안재승(38)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감뮤지컬, 청춘뮤지컬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웹툰 '찌질의 역사'를 뮤지컬 무대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는 "원작의 기초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뮤지컬의 문법에 맞게 재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선별된 주요 사건 내에서 인물의 감정은 노래나 춤으로 연결시켰다"고 했다. 이어 "오랜 기간에 걸쳐 연재된 방대한 스토리를 두 시간 이내로 압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면서 "웹툰을 모르는 관객들 또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쉽게 따라가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인서의 On Stage]찌질한 청춘에 '추억소환' '찌질의 역사' 공연 모습.


안 연출은 찌질의 역사를 비롯해 강도하 작가의 '위대한 캣츠비',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저승편' 등 웹툰 기반의 뮤지컬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웹툰과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층 연령대가 유사한 만큼 웹툰 원작의 뮤지컬이 대중의 취향에 부합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소재 자체가 참신하고 독창적이어서 기존 작품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데다 원작에 친숙한 팬층을 관객으로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인공 서민기 역은 박시환·박정원·강영석이 맡았다. 권기혁 역은 송광일·이휘종, 이광재 역은 황호진·박수현, 노준석 역은 윤석현·손유동이 출연한다. 이 외에 정재은, 김히어라, 박란주, 허민진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8월27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원작 엿보기=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무대화한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김풍 작가가 쓰고 만화가 심윤수가 그린 웹툰 시즌1~3은 2013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네이버에 연재됐다. 스무 살 청춘들의 찌질했던 연애사를 코믹하게 그리며 연재 기간 평균 평점 9.9와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올해 3월에는 웹툰 시즌1이 책으로 발간됐다. 뮤지컬에 이어 영화·드라마도 제작될 예정이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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