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민간인 희생을 감안하고서라도 무장반군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경호대 창설 기념식 연설에서 "민간인을 죽일 수 있다는 이유때문에 (반군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지 말라"며 "법적인 책임이나 대량 학살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총을 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총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군인도, 경찰도 아니다"며 "그냥 죽여라. 이게 나의 명령이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도망치거나 숨는 것은 민간인들이 해야할 일"이라며 민간인 희생으로 인한 법적인 책임을 군인들에게 묻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시에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인 마우테와 정부군의 교전이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계염령이 선포된 이 지역에서 전날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17구가 추가 수습되는 등 현재까지 4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중 민간인 희생자는 44명으로 군경 71명, 반군 299명이 사망했다.
마라위시에는 피신하지 못한 주민 수백여명이 고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당수가 반군에 인질로 붙잡혀있다. 이 때문에 국제 인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군 섬멸 작전이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불러올 것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같은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군 진압을 위해 영장없는 체포권한을 군경에 부여하는 것을 포함한 추가 비상조치를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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