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혜선 정의당 의원 인터뷰
"알뜰폰 등 통신산업 생태계 고려한 정책 필요"
월2만원대 '보편요금제' 저작권자이기도
"통신비 인하가 기술 혁신과 새로운 서비스 경쟁을 자극할 것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사진)의 진단은 통신업계의 통념과 사뭇 다르다. 추 의원은 통신비 관련 가장 많은 기자회견을 자처한 당사자로서, 통신비 인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술 혁신을 그만큼 했으면 이제 우리 국민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복지 혜택을 받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통신비 인하 압력은 오히려 기술 혁신과 새로운 서비스 경쟁을 자극할 것이라 본다. 통신업계에는 압박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스마트폰 요금 수익이 줄어들면 이통사들은 다른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요금이 저렴해지고 데이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보편요금제'의 저작권자이기도 하다. 지난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통신비 인하 대책 중 '보편요금제'를 발표했다. 이날 오후 통신비 인하 대책 설명회를 열었던 양환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의 아이디어를 주신 정의당 추혜선 의원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된 보편요금제는 월2만원에 1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저렴한 요금제다. 보편요금제는 지난 대선 정의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추 의원은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 또 추 의원은 지난 19일에는 보편요금제 의무 출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편요금제가 정부의 가격통제 기제로서 과도한 시장개입 요소라고 비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요금인상을 억제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보편적 역무'로 지정하는 유선 시내전화나 공중전화처럼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6000만명이 쓰는 이동통신도 보편적 역무를 띤다고 했다.
통신비 인하 대책에 대해서는 좀더 큰 시야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 통신비 논쟁을 통해 더 이상 이동통신 사업자만 두고 통신산업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을 많은이들이 확인했다. 알뜰폰, 단말기 유통업계, 정보통신공사업계에 이르기까지 통신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해 고려하면서 통신 정책을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신비 인하 방안 발표됐다. 어떻게 보나.
▲통신비 정책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발표된 방안들이 갖는 의미와 기대효과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보편요금제 도입이 포함된 것은 데이터 트래픽을 포함한 통신서비스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선택약정할인 확대,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 알뜰폰 지원 등은 시민사회의 요구가 오랫동안 지속돼왔던 것이기도 하다. 다만, 국정위의 행보는 아쉬운 점이 많다. 기본료 폐지는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큰 사항이었는데 국정기획위원회가 너무 준비 없이 논란만 키웠다.
-'보편요금제'의 저작권자로 유명해졌다.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 정도의 통신 인프라를 갖춘 나라라면, 국민들에게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성인 인구보다 많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두루 사용한다. 개인별 서비스라서 가구원 수만큼 이용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대선 공약을 준비하기 위해 3개월 정도 TF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공론화됐던 통신비 인하 방안들에 대해 살펴봤다. 기본료 폐지는 실현되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기본료 외의 항목을 손봐서 요금 인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량 이상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보편요금제다. 데이터·음성·문자 평균 사용량 등 사회 전반의 이용패턴을 고려해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보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서비스 수준을 정하고 이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통신요금 결정권을 행사함으로써 과도한 시장 개입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유선 시내전화나 공중전화 요금은 정부가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심지어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보편적 역무'로 지정해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 손실보전금을 분담케 하고 있다. 민간기업에게 손실을 강제하고 있는데 누구도 과도한 시장개입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유선 전화는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실 '보편적 역무'라는 제도가 이미 법제화되어 있지만 정부는 이동통신이 보편화된 지금에야 초고속인터넷을 보편적 역무로 지정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보편적 역무의 개념이 지나치게 '최소 수준'에 머물러 있고, 정부가 행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을 게을리 해왔다는 방증이다.
-이동통신도 보편적역무에 해당한다는 말인가.
▲기술과 사회가 발전할수록 권리의 영역 또한 끊임없이 확장돼 왔다. 이제 이동통신 서비스도 정보복지이자 국민의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통신사들은 그 외의 다양한 요금과 서비스들을 차별화함으로써 경쟁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통신시장의 담합적 구조를 해체하고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에 전기통신사업법, 단통법 등 통신비 관련 법안 수십 건이 계류 중이다. 물론 보편요금제 법안도 대표발의하셨다. 국정위 발표 이후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고들 하는데, 법안 통과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발의했다. 데이터·음성·문자 평균 사용량 등을 고려하여 미래부장관이 요금기준을 고시하고, 각 통신사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 요금제를 하나 이상 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미방위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안타깝고 국민들께 죄송하다. 여야가 바뀌었으니 상황이 나아질 거라 기대하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비 인하는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큰 민생 현안이다. 여-야, 진보-보수를 따질 정파적 사안도 아니다. 국회가 관련 법안 처리는 물론 통신비 인하를 위한 사회적 논의 활성화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7일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통신비 인하를 위한 특별소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통신비를 둘러싼 업계의 이해관계와 국민들의 요구가 장외에서 충돌하다 끝나지 않도록 국회가 받아안아 합의점을 도출하자는 취지다.
-통신비 압박으로 이통사의 투자 여력이 낮아지고 5G 상용화 등 기술 혁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우리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기술과 인프라에 환호해 왔다. 기술 혁신을 그만큼 했으면 이제 우리 국민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복지 혜택을 받아도 되지 않겠나. 어느 정도의 통신비 인하 압력은 오히려 기술 혁신과 새로운 서비스 경쟁을 자극할 것이라 판단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스마트폰 요금 수익이 줄어들면 다른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혁신이 불가피하다. 또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통신업계에는 압박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통신 산업과 정책이 어떻게 이뤄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어떤 환경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이번 통신비 논쟁을 통해 더 이상 이동통신 사업자만 두고 통신산업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확인했다. 알뜰폰, 단말기 유통업계, 정보통신공사업계에 이르기까지 통신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해 고려하면서 통신 정책을 논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인터넷기사가 가입자 집에서 살해당하거나 비오는 날 전봇대 위에서 일하다 추락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들이 온전히 대접받으며 일할 수 있어야 이용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