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홍천-양양고속도로 이달 30일 개통, 강원도 인제, 양양 가는길에 들러본 주변 여행지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첩첩산중 강원도 가는 길이 한결 편하고 빨라졌습니다. 오후 근무를 마치고 출발하면 동해바닷가에서 저녁으로 회 한 접시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 되었습니다. 서두른다면 동해 일출을 품고 출근도 가능해졌습니다. 이쯤 되면 벌써 눈치를 챘을 것입니다. 바로 이달 30일 개통하는 동서고속도로인 동홍천~양양고속도로 이야기입니다. 기존 동홍천까지 연결되어 있던 경춘고속도로가 양양까지 시원하게 뻗었습니다.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최단거리이자 최북단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한 것입니다. 이번에 연장 개통된 동홍천에서 양양까지 총 길이는 71.7㎞로 50분이면 충분합니다. 서울 강일IC에서 출발해도 1시간30분~2시간이면 양양바닷가에 서 있게 됩니다. 기존 국도를 이용하면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가 2시간 가까이 단축된 셈입니다. 사실 교통량에 따라 더 걸릴 확률이 훨씬 높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벌써부터 여행객들의 관심은 뜨겁습니다. 완전 개통을 앞둔 지난 주말 인제와 양양 주변 여행지들을 먼저 둘러봤습니다. 동홍천IC, 내촌IC, 인제IC, 양양IC 등 각 나들목을 나와 30여분 이내에 여행지가 몰려 있습니다. 동홍천은 은행나무숲을 비롯해 대명리조트, 홍천강, 팔봉산 등이 있고 내촌IC와 인제IC 부근에는 자작나무숲을 비롯해 진동계곡, 곰배령, 내린천 래프팅 등 많은 여행지가 있습니다. 양양은 또 어떻습니까. 설악산을 비롯해 낙산사, 동해바다, 서핑에 하조대 일출까지 천혜의 자연경관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자~이번 주말부터 거북이도 달려서 강원도 간다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여행을 떠나 보시죠?
◆원대리 자작나무숲(내촌ICㆍ동홍천IC)=인제 여행명소 중 이곳보다 더 유명한 곳은 없을 것이다. 인제국유림관리소에서 운영하는 '산림레포츠 숲'에 자작나무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동홍천IC나 내촌IC를 나와 인제읍으로 가다 원대리 방면으로 들어가면 된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도 선정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진부령이나 태백 삼수령을 넘으면서 바라보기만 하던 그런 숲이 아니다. 자작나무숲 안으로 들어가 산책을 하고,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만질 수 있는 오감이 통하는 힐링숲이다.
임도를 50여분 걸어가면 온통 하얀 알몸을 드러낸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바람이 휘휘 돌아나가면 자작나무가 소근소근 소리를 낸다. 단일 수종으로 이뤄진 숲 치고 이렇게 넓게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자작나무숲이 또 있을까 싶다. 그 길을 밟는 느낌은 편안하면서도 이국적이다. 그리고 강렬하다.
자작나무 코스(0.9㎞), 치유코스(1.5㎞), 탐험코스(1.1㎞)를 다 돌아봐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비가 와도 좋고, 쨍~ 하고 맑아도 상관없다. 보고 또 보게 되는 자작나무숲의 고운 자태에 평온해지는 마음. 힐링이 바로 이런 것이다. 내촌IC 인근에는 가리산자연휴양림과 소양강, 수산리 자작나무숲도 있다.
◆점봉산 곰배령(서림ICㆍ인제IC))=국내 최장(11㎞) 터널인 인제터널을 앞두고 점봉산(해발 1424m)과 방태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점봉산 그 깊은 원시림에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곰배령이 있다.
하늘을 보고 드러누운 곰의 배처럼 생긴 완만한 봉우리다. 곰배령은 봄부터 가을까지 진귀한 야생화와 산약초가 지천이라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온갖 야생화들이 만발하는 곰배령에는 이즈음 여름꽃들이 여기저기 피기 시작했다. 전호, 벌깨덩굴, 동자꽃, 곰취꽃, 노루오줌, 미나리아재비…. 꽃 이름을 대기조차 힘들 정도다. 하지만 곰배령은 꽃만 보러 가는 길이 아니다. 목적지로 '가는 길'이 더 운치 있다. 하늘을 가리는 짙은 숲과 맑은 계곡물이 쏟아지고 양치식물이 그득한 초록빛을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원시림의 풍광에 압도되는 길이다. 누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도 했다.
탐방객은 오후 4시까지 하산해야 한다. 점봉산 일대는 천연원시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생태계의 보고다. 탐방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건 곰배령 정상까지 왕복 10㎞뿐. 매달 20일 산림청 홈페이지(www.forest.go.kr)에서 다음 달 탐방 예약을 받는다. 하루 200명이다. 곰배령 등산로 초입인 설피밭이나 강선마을에서 묵은 투숙객들은 확인을 거쳐 곰배령에 오를 수 있다.
내린천 래프팅(인제IC)=인제IC를 나와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내린천이다. 이곳은 여름 탈출을 꿈꾸는 도시인들의 피안지다. 내린천 진입로를 따라 맑은 물과 푸른 나무가 가득한 계곡은 래프팅 천국이다. 고무보트로 급류 계곡을 질주하는 현대판 뗏목타기로 빠른 물살과 급류,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져 무더위에 지친 몸과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기에 그만이다.
내린천변에는 래프팅을 운영하는 영업장이 많다. 충실한 안전교육과 준비운동을 마치면 원대교를 출발해 네댓 개 급류를 통과하는 7㎞ 물길여행이 시작된다. 8명씩 한 팀을 이뤄 보트에 올라 물을 튀기며 장난치다 보면 더위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오랜 가뭄으로 물길이 예전만 못하지만 내린천 래프팅의 명성은 그대로다. 직장동료나 가족, 연인 등 삼삼오오 짜릿한 여름을 보내기에 좋다. 내린천에는 래프팅을 비롯해 카약, 인제 스피디움, 4륜 자동차 산악투어, 번지 점프 등 즐거운 놀이가 가득하다. 내린천 끝자락에는 미산계곡, 개인약수, 살둔산장, 홍천은행나무숲 등이 있다.
◆진동계곡과 아침가리골(인제ICㆍ 서림IC)=점봉산 아래 설피마을에서 기린면 방동리까지 이어지는 20㎞의 계곡이 진동계곡이다. 원시림을 끼고 흐르는 계곡은 사시사철 절경을 보여준다. 인제IC를 앞두고 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보이는 깊은 골이 진동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 등 야생화가 지천이고, 기암을 타고 흐르는 폭포와 소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여름을 지나, 가을이면 빛깔 고운 단풍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방동계곡을 지나 진동계곡 가기 전 오른편 높은 산이 인제군과 홍천군 경계에 자리한 방태산(1444m)이다. 방태산에는 '삼둔 오갈'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예부터 난리를 피해 숨어들던 오지로 일컬었는데 이 중 아침가리가 가장 길고 깊다. 아침가리의 옛 이름은 조경동이다. 아침 일찍 밭갈이를 해야 할 정도로 산이 높고 험준해서 아침에 잠시 해가 비추다 곧바로 넘어가는 첩첩산중이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만큼 골짜기가 시원하기로 이름났다.
구절양장이라는 말에 비유될 만큼 곳곳이 소(沼)와 바위, 자갈밭, 모래톱이 조화를 이룬 물굽이와 수정같이 많은 계곡수를 자랑한다. 계곡을 흐르는 물을 따라 첨벙첨벙 걷고 끊어진 길에서 바위를 딛고 이리저리 물을 건너가는 계곡 트레킹 명소다.
◆낙산사와 설악산(양양IC)=최장 인제터널을 지나면 고속도로의 종착지는 양양IC가 코앞이다. 이곳을 빠져나오면 명소 낙산사다. 신라 문무왕 11년(671) 의상대사가 창건한 낙산사는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꼽힌다. 낙산사는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하다. 일출명소인 의상대를 비롯해 해안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는 홍련암, 높이 16m의 거대한 해수관음상 등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늘 높이 우뚝 선 소나무 두 그루를 품은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푸르다.
낙산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설악산(1708m)이다. 한반도 최고라는 북녘의 금강산(1638m)과 쌍벽을 이룰 만큼 빼어난 명산이다.
대청봉, 공룡능선, 천화대, 범봉, 용아장성… 등 이름만 들어도 감동이 밀려온다. 양양쪽 설악산은 유명한 오색약수를 비롯해 만경대, 주전골 등이 있다.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다는 오색석사에서 유래한 오색약수는 탄산과 철분이 함유되어 맛 또한 다섯 가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일반 사람에게는 비위가 상하는 첫 느낌일 수도 있지만 위장에 좋은 약수라고 하니 보약이라 생각하고 마셔보자. 약수터를 지나 주전골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설악 대청봉까지의 최단코스가 되는 곳이고 가을이면 설악 최고의 단풍을 만날 수 있다.
◆하조대 서핑전용 해변(양양IC)=양양IC에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10여분만 달리면 하조대해수욕장이 나온다. 이곳은 요즘 뜨는 핫한 즐거움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서핑전용 해변에서 즐기는 서핑이다. 온몸으로 스릴과 박진감,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 여름 수상스포츠로는 으뜸으로 꼽힌다.
양양 하조대 '서피비치'는 해수욕객과 부딪칠 염려가 전혀 없는 서퍼들만의 공간이다. 1㎞에 달하는 넓은 해변을 갖추고 있고 서핑 후 캠핑과 공연,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레저타운이다. 특히 20여명의 서핑 전문강사가 배치돼 입문자부터 상급 서퍼까지 수준별로 서핑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서프 스쿨'과 최고급 서핑 보드와 서핑 장비를 갖추고 있다.
'서핑'은 보드에 돛을 달고 바람을 이용해 달리는 '윈드서핑'이나 길이 3m의 보드를 타고 카누처럼 노를 젓는 '서핑스키'와는 다르다.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이용해 판자를 타고 파도 속을 빠져 나아가거나 묘기를 부리는 것이 서핑이다.
서핑의 생명은 파도다. 먼 해안에서부터 밀려오다가 한쪽부터 차례로 깨지는 파도가 서핑에는 최고의 파도다. 서퍼들은 이런 해변을 가리켜 '파도가 깨끗하다'고 한다. 양양의 바다가 꼭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양양에는 하조대 서피비치 외에도 서핑숍과 죽도해변, 기사문 등 서퍼들이 즐겨 찾는 해변이 많다. 주변에는 하조대 일출을 비롯해 남애항, 휴휴암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인제·양양=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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