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 아낀다" …직장인들 1만원 이하 점심 메뉴 선호
소비절벽 부딪힌 외식업계, 가성비 앞세운 메뉴로 활로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한 김치찌개 전문점.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시간인 12만 되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삼계탕 전문점과 장어가게 등 인근의 다른 식당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점심값을 아끼려는 직장인이 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성능) 갑(甲) 메뉴로 김치찌개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23일 12시10분 김치찌개 가게 앞에서 줄 서 있는 대기 손님 이현주(32·여)씨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며 "5000~6000원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이 곳만큼 좋은 곳이 없어 찾는다"고 말했다.
벌써 식사를 마치고 나온 김현도(48·남)씨는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통신비와 점심식사 비용 등을 아끼려고 노력중"이라며 "인근의 다른 식당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 다양한 반찬과 함께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아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외식업계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비교적 저가 메뉴를 선보이는 외식업체들은 몰려드는 직장인들 때문에 점심 시간에 발을 동동 구를만큼 바쁘다. 그러나 2만~3만원 이상의 메뉴를 선보이는 곳들은 손님 구경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최근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899명을 대상으로 점심값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점식 식사 비용은 61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6370원보다 4.6% 줄어든 금액이다. 응답자 중 회사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은 점심값으로 평균 7050원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 역시 지난해(7816원) 대비 800원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불황으로 점심값까지 줄이는 직장인이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이런 까닭에 1만원 이상의 삼계탕이나 고급 레스토랑, 비교적 고가 음식에 속하는 장어, 낙지 등의 가게가 점심 장사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외식업계는 지갑 얇은 직장인들을 겨냥한 가성비 높은 점심 메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 높은 점심메뉴를 앞다퉈 선보이며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종합외식기업 이바돔은 감자탕 전문점 이바돔 감자탕과 청정 제주산 돼지고기 전문점 제주도야지판 등에 1인용 솥밥을 도입해 점심식사 메뉴를 한층 강화했다. 제주도야지판은 '통돼지김치찌개', '제주도야지 두루치기' 등을 판매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경양식 프랜차이즈 은화수식당도 바삭한 돈가스와 다양한 토핑을 올려 먹는 카레를 5000~7000원대 가격에 판매해 인기다.
40년 전통의 해장국 전문점 양평서울해장국 큰아들집은 한우 내장을 48시간 동안 푹 끓여낸 진한 국물 맛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숯불닭갈비 무한리필 전문점인 929숯불닭갈비는 국산 닭다리살로 만든 양념닭갈비와 궁중닭갈비 2종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닭불고기와 우동사리, 귀리밥으로 구성된 점심 특선도 도입했다.
미국 조지아 수제버거 전문점 델리아메리칸은 기존 1만원대 가격을 형성하던 수제버거 세트 메뉴를 5000~7000원대로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 수제빵과 수제패티, 모짜렐라 치즈와 정통소스를 사용해 미국과 동일한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소비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메뉴 선호도가 이어지면서 외식업계도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메뉴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