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의한 요금 인하 부정적
알뜰폰 활성화하고 구매·서비스 분리해야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이동통신 요금'이라니 책 제목이 참 담백하고 시원하다.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저런 제목을 달기 쉽지 않다. 통신 요금은 해마다 논란이 되는 이슈다. 누구나 쉽게 얘기하지만 명쾌하게 답을 내놓는 전문가를 만나기 어렵다. "요즘 통신 요금이 비싼 거 같아"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그럼 해법이 뭔데?"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주제다.
새 정부 들어 통신 요금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과감하게 '이동통신 요금'이란 책을 낸 이는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다. 통신 요금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이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동통신 관련 제도 수립에 관여해 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재직중이던 저자는 2001년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초로 개최된 공청회에서 발표를 담당했다. 시민 단체들이 요금 인하를 주장하는 1인 시위와 100만인 서명 운동을 펼치며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던 때였다. 저자는 공청회에서 요금 인하가 사업자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요금 인하와 관련된 종합적 틀을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2년과 2003년 요금이 인하됐다.
이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 교수는 2009년 통신요금코리아인덱스협의회의 연구를 주도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정보통신 미디어 정책 이슈를 담당하는 정보통신정책분과위원회(CISP)에서 부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활동과 경험을 정리해 이 책을 냈다.
국내 최고의 통신 요금 전문가로서 이 교수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이슈에 대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대중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소 소신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저자는 정부의 압박에 의한 요금 인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대선 공약이나 국회의 포퓰리즘, 여론에 밀린 정부가 이동통신 사업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가계 통신비 수준이 높다는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저자는 "민간사업자 마케팅의 핵심인 소매 요금을 직접 규제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간섭이지만 그 조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인가 조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업자 수가 많아질수록 경쟁이 활성화되고 요금도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또, 알뜰폰도 시장 경쟁을 위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가계 통신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말기 구입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구매와 서비스 가입 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고가의 단말기를 원하지 않는 이용자가 저렴한 단말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요금 인가제와 단말기 보조금 상한 규제에 대해서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답을 제시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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