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 자동차 주행 신호에도 비키지 않고 사진촬영
경찰·지자체 등 조처에도 제지 역부족
도로 한복판에서 자동차 주행 신호에도 자리를 비키지 않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커플의 모습이 포착돼 비난받고 있다.
31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도로 한복판에서 인생샷 찍는 커플'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해변 인근 사거리 한복판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남성과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해당 도로를 지나던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을 보면 운전자 신호등이 파란불이고 보행자 신호등은 빨간불인 상황에서도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차들은 주행 신호인데도 지나가지 못하고 멈춰 있어야 했다. 잠시 뒤 이 커플이 자리를 비켜줬지만, 그 사이 운전자 신호등이 다시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차량은 계속 멈춰있어야 했다.
보행자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이 남녀는 또다시 횡당보도 한복판으로 나와 사진을 촬영했다. 커플은 운전자 신호등이 다시 바뀌는데도 촬영을 계속하다 차량이 경적을 울리자 그제야 황급히 물러났다.
이 영상이 촬영된 정확한 시점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해운대 청사포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배경과 닮은 해변열차 풍경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면서 이른바 '인생샷'을 담으려는 관광객과 차량 운전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유명 유튜버도 차량 신호를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런 위험한 상황이 반복되자 경찰은 차도 무단진입을 금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해운대구는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했다. 해변열차 측은 안전요원을 배치해 보행자를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처에도 관광객들의 안전은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운대구가 경고 음성이 나오는 '스마트 신호기' 도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표준 규격에서 벗어난 까닭에 언제 설치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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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관광객으로 이익을 보는 해변열차 측에서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관광객 스스로 안전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네티즌들은 "뭐가 우선순위인지도 모르고 민폐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인생샷이 뭐라고 목숨을 거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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