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이 줄 서서 강간하려고 기다렸다는 기록을 보며 위안부 사건이 생각났다"
6년 전 중학생이던 여학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게 재판부는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이는 보통의 재판 과정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미건조한 법정의 풍경이 아닌 다소 이례적인 장면으로 판사는 여중생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한 피고인들에게 당시 범죄행위에 대해서 강하게 꾸짖었다. 또 피해 여학생이 받았을 고통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렸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함상훈)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모(22)씨와 정모(21)씨에게 징역 7년을, 김모(21)씨와 박모(21)씨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한씨는 형량이 유지됐고 정씨·김씨·박씨는 1심보다 형량이 1년씩 늘었다. 또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던 2명 가운데 1명은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다른 김모(22)씨는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깊은 탄식과 함께 강한 어조로 피고인들을 질책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하며 분노가 치밀어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생각했다"면서 "어린 여중생을 밤에 산속으로 끌고 가 자신들은 술 먹고 담배를 피우며 옆에서 강간하는 행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화로 친구들을 범행 현장으로 부르고 현장에 온 사람들도 똑같은 행위를 했다"며 "피해자가 너무 당해 망연자실해서 아무런 반항을 할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몇십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라고 꾸짖은 뒤 "피고인들이 즐겁게 웃고 먹고 떠들며 지내는 동안 피해자는 무서워 집에서 못 나갔다. 돈이 없어 이사도 못가고 자살기도도 여러 번 했다"고 그간의 상황에 대해서 전했다.
또 "열세살 먹은 여자애가 뭘 알겠습니까. 무슨 힘이 있어요"라며 "사람이 할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있는데 나는 피고인들이 할수 없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깊게 탄식한 뒤 "성년이면 훨씬 더 중한 형을 선고했겠지만 소년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형을 정했다"며 해당 범죄행위가 얼마나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했다.
또 성폭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았으나 무죄가 인정된 나머지 5명에게도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그런 나쁜 짓을 할 동안 아무도 신고하지 않고 말리지도 않았다"고 꾸짖었다.
한편 1심보다 높은 형이 정해지자 재판에 참석한 일부 피고인들의 부모가 재판부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앞서 한씨 등 4명은 고교생이던 지난 2011년 9월 초 당시 여중생인 A양과 B양을 학교 뒷산으로 불러내 번갈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8일 뒤엔 한씨를 포함한 22명이 피해 여학생들을 같은 장소로 불러내 술을 먹였고, 6명이 정신을 잃은 A양과 B양을 집단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은 당시에는 묻혔지만, 가해자 중 3명이 11개월 후인 2012년 8월 또 다른 성범죄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드러났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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