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가져가지 않은 마약성분 수면제 무단 폐기·유용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술에 취해 길에서 잠든 50대 남성에게 마약성분이 든 수면제를 먹이고 강제추행한 30대 남성 약사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약사 김모(3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원심 판결에 따라 김씨에게는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명령도 내려졌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씨는 2015년 9월19일 자정께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인근 노상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50대 남성 A씨를 발견하고 10분가량 어깨와 목덜미를 주물렀다.
김씨는 이 와중 A씨가 잠에서 깨자 미리 준비해 놓은 졸피뎀 성분이 든 졸피람 1알을 음료수에 타 건네 마시게 했다. 졸피람은 불면증 치료에 사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구입할 수 없는 약품이다.
김씨는 약사인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2012년 10월부터 3년간 이 약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가져가지 않은 855정을 무단 폐기하고, 유용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취급자가 처방전에 따르지 않거나 업무 외 목적을 위해 마약류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사회적인 위험성이 큰 마약류를 취급하는 약사로서 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심지어 범죄 목적으로 사용하기까지 해 피해자에게 위험성이 큰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반성하는 태를 보이는 점, 추행 정도가 경미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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